내게 이해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
여기 있네, 와 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
너는 왜
거기 섰느뇨
물을 수가 없듯이 //
하루를 이해하고 살아온 것 아니어서 //
꽃은 거기 피어
몇 줌 향기를 흩고 //
나는 또
갈맷빛 하늘
오래 우러를 뿐이다
이정환(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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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대상이 보여주는 대로 감상한다는 것으로 소유하려는 의도가 없거나, 그것이 소멸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은 대상을 자기 의지대로 명명하거나 규격화하여 대상이 가진 고유성을 제거시켜버리는 행위다. 마치 들판에 피어난 꽃에 이름을 붙여주거나 너무 예쁜 나머지 꽃을 꺾어 버리는 것처럼. 진정으로 함께 하고 싶으면 "내게 이해하라고 말하지" 말아야 하고, 진실로 사랑하고 싶다면 "너는 왜 거기 섰느뇨"라고 묻지 않아야 한다. 강요와 집착은 사랑의 다른 말이 아니라 틀린 말인 것같이, 더 어긋나기 전에 당신의 '꽃은 거기 피어' 있다는 자체만 인정하고 기억하라. 그것이야말로 '몇 줌 향기를 흩고' 살아갈지라도 서로 초록빛 하늘을 꿈꾸며 '오래 우러를' 길이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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