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 '비상문 유도등'이 절망으로 몰고갔다

군포 화재사고, 피해 왜 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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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 사망하는 등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아파트 9단지 화재 현장에서 2일 오전 경찰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12.2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옥상 비상문에서 계단 끝나지 않아
전문가 "구조 문제… 차단됐어야"

권상기실 향하는 곳에도 '유도등'
"누가 안 올라가겠나" 주민들 분통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1명의 사상자를 낸 군포 아파트 화재 사고(12월 2일자 1·7면 보도=군포 산본동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중 '폭발' 화재…11명 사상)를 두고, 비상식적인 건축 구조와 엉뚱한 비상문 유도등 설치로 인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재가 발생한 군포의 15층 높이 아파트는 최상층인 15층 위층에 옥상으로 연결되는 비상문이 있지만, 계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층 더 이어지는 구조다. 옥상층보다 한층 더 위에는 엘리베이터를 관리하는 권상기실(기계실)이 위치해 있다.



사망자 4명 중 사고 당시 12층 현장에서 추락한 2명의 근로자 외에 13층과 15층에 거주하던 2명의 주민들은 화재 직후 연기가 집으로 새어 들어오자 곧바로 대피에 나섰고, 상대적으로 1층보다 가까운 옥상을 탈출 장소로 택했다.

그러나 이들은 화재 발생시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풀리는 옥상 비상문을 지나친 채 한 층 더 위에 있는 권상기실로 향했다. 계단이 계속 이어져 있어 탈출구가 더 위에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피 장소가 아닌 데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있는 권상기실 문은 화재 당시에도 굳게 잠겨 있었고, 이들은 결국 권상기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진행된 경찰·소방 합동감식 결과, 화재 발생 직후 옥상 비상문은 잠금장치가 해제돼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옥상으로 대피하던 주민 2명이 비상문만 제대로 찾았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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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비상문을 지나 권상기실로 향하는 계단 중간 벽에 엉뚱하게 설치된 비상구 유도등. 2020.12.2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김엽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아파트 옥상 비상문은 당연히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해야 한다"며 "대피 장소가 아닌 권상기실로 한층 더 이어지는 계단이 있는 구조 자체도 문제지만, 그렇다면 반드시 차단돼 있어야 한다. 일반 주민들이 그것도 긴박한 상황에서 어디가 어딘지 어떻게 구분하겠느냐"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의 구조도 문제지만, 옥상 비상문을 지나 권상기실로 향하는 계단 중간 벽에 엉뚱하게 비상구 유도등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상 비상문이 없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이웃 주민은 "계단도 계속 이어져 있고 비상문 유도등까지 있는데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안 올라가겠느냐"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고 권상기실이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그곳은 대피공간이 아니다"라며 "옥상층에서 권상기실로 가는 중간에 있는 유도등은 위쪽에 있는 사람이 내려올 수도 있기 때문에 설치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규·손성배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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