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방송을 위한 광고, 광고를 위한 방송

지상파 메인뉴스는 1·2부로 쪼개고
건강프로엔 연관식품 편법 뒷광고
공신력 뒷전 수익증대 위한 눈가림
시청자 다 아는데… 연계편성 반복
유튜브에도 밀려 신뢰회복만이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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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1. MBC, SBS의 저녁 메인 뉴스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중간광고 때문이다. 1부가 끝나기 직전에 자막을 통해, 또는 앵커를 통해 잠시 후 '흥미 있는' 뉴스가 이어진다고 예고한다. 광고 수익을 위해서는 시청자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2. 지상파방송 건강정보 프로그램. 의사, 약사 등의 전문가와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성인병, 과체중, 스트레스 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논의한다. 효과적인 건강식품도 소개한다. 방송이 끝나고 채널을 돌리면 옆의 홈쇼핑 채널에서 '신기하게도' 방금 지상파방송에서 소개한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3. 우리나라의 홈쇼핑 채널은 모두 17개다. 법적으로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으로 구분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같은 홈쇼핑이다. 유료방송(지역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은 한 채널 건너 홈쇼핑을 편성한다. 특히 지상파방송 사이의 채널(6번, 8번, 10번, 12번)에는 홈쇼핑이 자리잡고 있다.

2020년은 우리나라에 TV방송이 본격 도입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1961년 12월31일 KBS는 TV방송을 시작했다.

장면1과 2는 지상파방송의 위기를 보여준다. 지상파방송의 광고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수익 증대를 위해 온갖 편법과 꼼수가 동원된다. 그 결과 방송의 공신력은 추락하고 있다. 단기 이익에 급급하여 장기 생존은 더욱 어려워진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다.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스포츠 중계방송은 예외다. 유료방송만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중간광고는 말 그대로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다. 지상파방송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눈다. '쪼개기'를 통해 별개의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그 사이에 광고를 내보낸다. 실질적인 중간광고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한 쪼개기가 이제는 메인 뉴스에도 도입되었다.

이른바 '연계편성'은 지상파방송에서 소개한 상품을 같은 시간에 인접한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지상파방송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장면3). 지상파방송 사이에 홈쇼핑을 편성하는 유료방송, 매출증대를 기대하는 홈쇼핑, 그리고 수익확대에 고심하는 지상파방송 등 3자의 이해관계가 만들어냈다.

중간광고와 연계편성을 통해 지상파방송의 수익은 조금 증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크다. 뉴스 앵커가 '잠시 후에 2부에서는'을 운운하면 그것은 뉴스가 아니다. 광고 멘트가 된다. 한때 국민들은 지상파방송의 메인 뉴스를 가장 신뢰했다. 그 바탕에는 방송사와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의 연계편성 효과는 매우 컸다. 시청자들이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연계편성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건강정보가 상품판매를 위한 수단이었음을 깨달았다. '당했다'는 생각과 배신감을 느낀다. 시청자는 예전처럼 지상파방송을 믿지 않는다.

이제 방송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서비스와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통신으로 분류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과 통신의 차이가 없다. 같은 동영상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오락을 위해 소비할 뿐이다. 지상파방송 독과점시대는 이미 끝났다. 오히려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밀리는 형국이다. 지상파방송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상파방송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그 해답은 방송 본연의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조한다. 방송과 통신(인터넷)의 동영상서비스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다. 방송의 독립은 정치적, 상업적 독립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정파의 이익을 초월하고, 상업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뉴스가 필수적이다. 일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가짜뉴스와 '뒷광고'가 성행하는 인터넷과의 경쟁에서 지상파방송은 이길 수도 없고 이겨서도 안 된다. 시청자의 신뢰 회복을 통해서만이 지상파방송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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