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포퓰리즘의 종말

민주주의 결손서 생기는 '포퓰리즘'
특정한 소망만을 감성적으로 동원
그 파국적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
민주주의의 균형과 견제 사라지면
포퓰리즘 기반은 서서히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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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하고 여기에 경제위기가 도래하면 민주주의적 정치제도는 불안정해지고 그 틈새에 포퓰리즘이 스며든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이른바 '핑크타이드(pink tide)'는 중도좌파정권의 포퓰리즘 광풍이었다. 이제 그 포퓰리즘은 점차 종말을 맞고 있다. '남미의 북한'으로 불리는 베네수엘라가 비참한 종말이라면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은 실용노선과 경제적 시장주의를 통하여 포퓰리즘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흔히 포퓰리즘은 인민주의 혹은 대중주의로 해석된다.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인민주의는 국가사회주의로 변질되면서 인민을 유기했다. 엘리트와 갈등하는 대중주의는 대중영합주의를 따르면서 정치적, 경제적 파국을 낳았다. 그럼에도 포퓰리즘은 다두제적 대의민주주의에서 소외되는 시민의 소망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직접민주주의를 가능케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포퓰리스트들은 일반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여 자신이 표방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고 이후에 그러한 정치적 동원력을 바탕으로 기득권 정당 안에 진입한다. 그들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연합에 의지하고 대의민주제를 공격하기도 한다. '남아메리카 포퓰리즘의 거시경제학'의 공저자인 세바스티안 에드워드와 루디거 돈부시는 포퓰리즘을 "지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재정적자와 통화팽창 정책을 구사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과는 아무 상관없는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함으로써 소득을 재분배하는 경제정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결과 포퓰리즘은 초기에는 대중들에게 엄청난 희열을 주지만 점차 급격한 인플레이션, 실업률 증가, 임금하락과 같은 참혹한 종말을 낳는다.



전통적인 포퓰리즘과 달리 이른바 네오포퓰리즘은 재정 및 통화팽창정책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거나 공공부문 임금을 대폭 인상하지는 않는다. 재정 적자보다는 정부통제나 제도적 규제를 늘려가는 방식을 취한다.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조세정책이나 노동정책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서 권력을 장악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포퓰리즘의 도래를 인식하지 못한다. 확고한 민족주의자들은 아니지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와 그 산물인 사회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네오포퓰리즘 역시 파국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남미와는 다르지만 포퓰리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토지분배, 공공부문의 재정지출, 교육제도 등에서 남미와는 현저하게 다른 사회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른바 '소득주도성장'과 공기업 주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웠다. 코로나19의 팬데믹사태로 변명하였지만 실업률 상승, 자영업의 몰락, 수출의 지속적 감소 등 경제적 불안정성은 피할 수 없었다. 수요공급의 논리를 벗어난 부동산정책은 주택가격 급등과 전세난을 낳았다. 남북평화와 통일을 앞세운 민족주의적 담론은 한국의 오늘을 있게 해준 동맹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불안하게 하고 남북간의 평화는 더욱 위협받고 있으며, 브레튼우즈체제의 최고 수혜자인 한국경제의 앞날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는 내부의 친일파를 청산하고 일본과의 전쟁도 불사한다는 민족주의적 감성을 동원한다. 현실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결여된 '탈원전' 정책은 '탄소중립 2050비전'의 실효성을 의심케 할 뿐만 아니라 원전산업과 에너지안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푸어'를 맞게 될 수 있다. 민주주의가 균형을 잃으면서 진행된 K-방역은 백신의 준비상황이나 방역 자체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에 있어서 결코 후하지 않다.

세바스티안 에드워드는 그의 저서 '포퓰리즘의 거짓 약속'에서 '경제정책에서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등한 권력을 주는 자유민주주의적 정치개혁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포퓰리스트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이를 강화시킴으로써 그 균형을 파괴한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시도하고 이러한 정치지형 속에서 성공하기도 한다. 마침내 경제정책도 파산하고 포퓰리즘의 비극적 종말이 나타나게 된다.

포퓰리즘은 결손된 민주주의 하에서 발생하여 특정한 소망만을 감성적으로 동원하며 그 파국적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사회세력간의 팽팽한 균형 속에 이루어진다. 그 균형과 견제가 사라지면 국가권력 내부의 균형과 견제도 사라지며 포퓰리즘의 기반은 자리잡게 된다. 한때는 스웨덴인가 미국인가를 논했던 한국이었지만 이제는 차베스인가 룰라인가를 선택해야 될지도 모른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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