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2020년의 언론과 문학

코로나19가 '삶의 상수'가 된 요즘
언론을 보면 불균형보도 사례 심각
K방역·검찰개혁 등 편향이 판친다
문학은 집콕환경 영향 그나마 선전
새해는 소띠해 牛步虎視하길 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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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20년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시작하여 그것으로 저물어간다.

기억할 만한 대소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것은 곁가지에 불과했다. 이렇게 감염병 바이러스는 우리를 한 해 내내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삶의 낯선 변수가 아닌 익숙한 상수(常數)가 되어가고 있다. 올해 우리는 방역이라는 미증유의 과제로 정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의료진과 정부와 민간이 잘 협력하여 우리는 서구 선진국들의 무력한 방역 체계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경제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지만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지금도 하루에 수만 명의 확진자가 지금도 나오는 데 비하면,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런데 많은 언론은 다른 국가와의 비교는 점점 줄여가면서 우리의 방역 초기와 현재 수치를 비교하면서 K-방역이 망했다느니 하는, 누가 보아도 한쪽으로 치우친 정략적 언어를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피로감과 불안감에 공포감까지 얹는 것은 방역 최전선에서 혼신을 다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핫이슈였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많은 언론은 선택적 정의에 따른 자사(自社) 이익의 보도 관행을 버리지 못했다.

현실정치 안에서 어떤 힘들이 충돌할 때는 내적 논리의 필연성과 진행 과정의 적법성 등을 잘 따져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할 터인데, 많은 언론은 아직도 무차별적 침소봉대와 저주의 악담으로 자신들만의 불가피한 생존 논리를 첨예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일간지에서 데스크와 상치되는 칼럼을 썼다고 논설위원이 좌천되고 사표까지 내게 된 것이 그 극명한 사례일 것이다. 유형무형의 광고주들과 긴밀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생존방식이 다양한 기사들의 갈등적 공존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유불리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기사들의 일률적 도열을 초래한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언론 생태계가 이렇게까지 극심한 불균형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이러한 균형을 찾는 것도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해진 한 해였다.

대규모 청중이나 관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니 한국문학은 그래도 코로나 시대의 직접적 피해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동 청소년과 국내소설 부문은 작년 대비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고도 한다. 연극, 영화, 뮤지컬 같은 분야에 미안할 만도 하다. 집에만 있어야 했던 강제적 환경이 책을 가까이 하게끔 했고, 그만큼 문학이 선호되는 빈도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

내용적으로는 특별히 페미니즘의 주류화가 선명해졌고 사회적 약소자들에 대한 발견과 탐색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일국 차원의 '노동', '젠더', '몸'의 범주를 넘어 국경을 넘어서는 난민이나 디아스포라 문제에까지 관심을 가짐으로써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으로의 끝없는 도전과 성취를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결합하여 세계무대에서 두루 읽히는 성과를 내기를 소망해본다.

올해에도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인 많은 어른들이 세상을 떠났다. 시인 문덕수, 소설가 남정현, 천승세, 조해일, 현길언, 박기동, 정소성, 비평가 신동욱, 김종철 선생 등이 타계하였다. 평안하시길 빈다.

또한 올해는 한국 역사의 물줄기를 근본에서부터 바꾼 6·25전쟁, 4·19혁명, 전태일 분신,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동시에 70주년, 60주년, 50주년, 40주년을 맞아 근대사를 성찰하게끔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아직도 미해결인 역사적 쟁점과 그로 인한 진영 간 분쟁은 한국 사회의 갈등적 국면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갈 길이 멀다.

이제 의학적으로 코로나 시대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전의 대규모 스포츠 관람이나 군중집회 같은 방식은 2020년 이전의 역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전혀 새로운 문화 형성의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새해 신축년은 소띠 해다. 우보호시(牛步虎視)라는 말이 있거니와 소처럼 느리게 걸으면서 호랑이처럼 단호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언론과 문학을 대망한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종언과 함께 근원적인 성찰과 예지를 통한 치유와 회복의 시대가 열리기를 희원해 본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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