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제로 웨이스트·로컬 푸드…'착한 소비'를 찾는 사람들

'버려진 것'에 숨결 불어넣고, 다가갈수록 '살림의 재발견'

김주엽 기자

발행일 2021-01-08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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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 웨이스트 숍 '입소문'
천연비누·식물수세미·실리콘 빨대·커피찌꺼기 재활용 화분…
빈 용기 '할인 찬스'… "내 집앞 매장 있어야 더 많은 사람 참여"

# '우리 농산물' 로컬푸드 직매장
'코로나 타격' 오프라인 소비 급감 불구 안전 먹거리 대안으로
"생산자 이름 있어 더 신뢰"… 검단농협 푸드마일리지 10㎞내

# 동네물품 매매 당근 마켓
GPS 통해 거주지 인증후 상품 등록·실시간채팅으로 거래 성사
"가성비 좋은 중고품 많아 애용" 탄소 배출량 저감하는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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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소비 생활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멀리 있는 대형 마트에 가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 식당을 찾는 대신 집에서 스마트폰 또는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택배 등 배달 수요 증가로 일회용품과 포장재 배출량이 급격히 늘었고, 푸드 마일리지(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동네 주민과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당근마켓'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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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인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단지에 있는 '소중한 모든 것'은 인천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일상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쓰레기(waste)를 줄여서 영(zero)으로 만들자는 친환경 운동이다. 소중한 모든 것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다.

소중한 모든 것은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고 구월아시아드선수촌의 명소가 됐다. 소중한 모든 것 소정(34) 대표는 "인천에도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가게 문을 열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우리 가게가 많이 알려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중한 모든 것에선 식물성 기름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들어 거품이 생분해되는 천연비누, 식물 '수세미'를 그대로 활용한 천연 수세미, 여러 차례 쓸 수 있는 실리콘 빨대, 커피 찌꺼기를 리사이클링한 화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중한 모든 것은 대용량 통에 천연 세제를 구비하고 있어, 빈 용기만 가져오면 저렴한 가격에 담아갈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집에 있는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소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한 이후 쓰레기 발생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재활용품을 정리할 때는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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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자리잡은 인천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 '소중한 모든 것' 상점에서 소정 대표가 기름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들어 거품이 생분해되는 천연비누를 소개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재 인천에는 소중한 모든 것을 포함해 2개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다. 서울에 10여개가 넘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우리 집 앞에 매장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제로 웨이스트를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인천시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 농산물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품의 이동 거리가 짧고, 더 안전하며 공정한 로컬푸드 시스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크게 줄고 있는 가운데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지역에서 생산·가공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코로나19로 집 근처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된 셈이다.

2019년 8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도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16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정식 운영 기간이 짧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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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역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시민들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로컬푸드는 장거리 수송과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아 소비자들이 신선한 먹거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다 건너 수천㎞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수입 농산물은 별도의 화학 처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은 가까운 곳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먹을 수 있다.

지난 5일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저렴하게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어 자주 찾고 있다"며 "생산자의 이름을 적어 놓고 팔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관계자는 "인천·김포 지역 283개 농가에서 생산한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만큼 푸드 마일리지가 10㎞를 넘지 않는다"며 "유통 단계(농가→로컬푸드 매장→소비자)가 복잡하지 않아 생산 1~2일 만에 소비자가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중고 물품 사고파는 '당근마켓'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사는 A(33)씨는 당근마켓을 통해 아이 육아용품을 거래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못 쓰게 됐을 뿐 새것이나 다름없는 육아용품을 당근마켓에 판매하고, 필요한 물건도 이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값싸게 구매하고 있다.

A씨는 "예전에는 그냥 버렸을 물건도 중고 거래로 판매하니 전부 돈이 되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한 번 사용하고 보니 가성비 좋은 중고품이 많아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나, 당근마켓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새것 대신 값싼 중고물품을 찾거나,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서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당근마켓 이용자 수는 1천300만여명으로, 같은 해 1월 480만여명보다 2.7배나 늘었다.

당근마켓은 동네 주민들과 중고 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중고 거래 서비스다. GPS를 통해 거주 지역 인증을 한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상품을 등록하면 실시간 채팅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최근에는 중고품 거래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무료로 나누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안 쓰는 물건을 나눠쓰고 재사용하다 보니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당근마켓은 1천만명의 고객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약 19만1천여t(서울 남산 숲 식수 효과의 1천40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 감소 효과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이용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당근마켓은 앞으로도 지역 기반의 다양한 '연결'을 수행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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