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등 연기되자 '고3' 진로 위기
거리두기 속 '새 훈련방식' 고민
"종식돼 마음껏 코트 누볐으면"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선수들이 마음껏 코트를 누볐으면 좋겠어요."
지난 1년의 코로나19 사태는 한창 성장해야 하는 학교 운동부 선수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규칙적인 훈련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관리해 상위학교 혹은 프로 지명 등 미래 도약을 꿈꿔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로 기회를 잃는 사례가 늘어 지도자들의 걱정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20여년간 농구를 가르쳐온 박수호(사진) 코치는 요즘 근심이 가득하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원여고에서 농구 코치로 활동 중인데, 2020년만큼 힘든 해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 코치는 "지난해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 지도자 모두가 너무나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고 돌아봤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지난해 각종 대회들이 연기되면서 지난해 수원여고 농구부는 제대로 된 경기를 치러보지 못했다. 통상 봄부터 각종 전국대회가 시작돼야 하지만 예기치 않게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대회가 연기됐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주말 리그가 유일한 경기였는데, 그마저도 예선전만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경기를 치르지 못한 일은 고3 학생들에게 위기로 찾아왔다. 진로 선택에 난관을 겪게 된 것이다. 진로·진학을 위해서는 개인 기록이나 팀 입상 성적 등이 매우 중요한데 시합을 뛸 수 없었던 탓에 체계적인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고 그 탓에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기 쉽지 않았다.
박 코치는 "유망주였던 한 선수는 트라이 아웃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는데 지도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올해부터 박 코치는 성남 분당경영고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선수들을 만났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탓에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전지훈련도 금지됐고 다른 팀과의 합동 훈련이나 연습경기도 치를 수 없다. 하지만 15인까지만 훈련을 할 수 있어 선수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 방식을 고민 중이다.
박 코치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마무리돼 학생들이 마음껏 농구 코트를 뛰어다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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