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합시다-'알페스' '섹테'도 팬문화일까]아이돌 가수에 대한 '비뚤어진 팬심'…'창작의 자유'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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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음란물 관련 경인일보 지면들. /경인일보DB

음성·사진 합성 음란물 매매 확산
정치인·독립운동가 등 피해 눈덩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10대 시절에는 더욱 그 마음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연예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대가 없이 그저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전부이니, 참으로 순수한 사랑입니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된 '알페스', '섹테'는 순수한 팬 문화로 이해하기엔 그 형태가 범죄와 닮아있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경인일보가 2019년 5월에 처음 거론하며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당시 기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 SNS를 중심으로 아이돌 가수를 소재로 한 음란물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성인인증도 없이 미성년자인 팬들이 적나라한 성적 묘사 등이 난무하는 팬팩(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팬이 쓰는 소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교육 당국은 '제재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며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흐른 지금, 알페스는 불법 합성까지 더해져 성범죄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됐습니다.

오죽하면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나서 알페스의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글이 올라왔고 수십만명의 동의를 얻으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음란소설에 불과했던 알페스는 아이돌 가수의 음성을 편집해 신음 소리처럼 만든 파일을 공유하는 '섹테'로 확장됐고 심지어 첨부된 음성에 연예인의 얼굴을 더했습니다. 마치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꾸며졌습니다.

심지어 주문제작, 매매를 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 수많은 팬들의 제보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들 음란물에 등장하는 연예인들 일부는 아직 미성년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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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이 때문에 아이돌 가수의 음성, 영상, 그림, 사진을 합성 편집해 음란물을 만들고 유통까지 한 것은 일종의 '딥페이크 영상'으로 볼 수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처벌 및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섹테는 음성딥페이크"라며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드코어성 섹테는 바로 경찰에 수사를 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도 이에 대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알페스의 원형이 팬픽에서 시작했다는 이유로 창작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여성 아이돌 등 여성 연예인들이 직캠, 합성 등 선정적 영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도 이와 같은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여성과 남성을 나눠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남성아이돌 위주였던 알페스, 섹테는 배우, 정치인, 독립운동가, 위안부 할머니 등까지 그 대상을 점차 확대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순수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악용한 알페스, 섹테까지 '순수한 팬 문화'로 봐야 하는 것일까요?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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