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풍백화점 마지막 생존자 구한 안경욱 김포소방서장

"구조하며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던 순간 잊히지 않아"
안경욱 김포소방서장
안경욱 김포소방서장은 "'이렇게 대응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하는 시간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재난 현장 경험을 전했다. 2021.2.4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당시 시행착오 현재 재난체계 밑거름
공장 6천여개 난립한 김포에 최적임자
"현장 없는 계획은 공론에 그칠 뿐"


지난 1995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우리나라 재난대응 체계를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구조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삼풍백화점 사고현장은 '전쟁통'과 다름없었다. 소방과 경찰, 민간 구조대가 뒤엉켜 각자 임의대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재난을 틈탄 절도범이 곳곳에 출몰했다.

안경욱(59) 김포소방서장은 당시 사고현장에 투입돼 한 달 가까이 머물며 사투를 벌인 역사의 산증인이다.



특히 사고 17일째에 기적적으로 발견된 '삼풍백화점의 마지막 생존자'를 구조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철근을 절단해 가며 잔해를 헤치고 진입, 꺼져가는 기척을 놓치지 않고 손전등을 비춰 구해냈다. CNN과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해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위해 그를 찾았다.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는 안 서장은 "16일 동안 꼼짝도 못 하고 버텼던 건데, 구조를 위해 손을 댔을 때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래쪽에서는 잔해가 무너지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수색작업을 하는데 그 바로 위로는 중장비가 위험천만하게 지나다니는 등 아수라장이었다"며 "재난 통제지휘권이 일원화되는 등 국내 재난대응체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립되기까지는 그때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은 선배님들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안 서장은 특수구조 분야 전문가다. 삼풍백화점 사고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중앙119구조대(현 중앙119구조본부) 창설 멤버로 5년간 재난현장을 누빈 그는 이후에도 경기소방재난본부 특수재난팀장과 특수구조팀장, 재난종합지휘센터 상황팀장, 고양소방서 구조대장 등 현장형 보직에 주로 몸담았다.

현장에 강한 안 서장은 대규모 도시개발과 급격한 인구 증가, 6천여개 공장 난립 등의 특성을 보이는 김포지역 재난대응 최적임자라 할 만하다.

올해 초 김포소방서에 부임한 그는 "갈수록 사고유형이 복잡다단해지고 재난현장에 워낙 변수가 많아 현장파악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장을 미리 알고 준비가 돼 있어야만 유사시 조건반사적으로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생각해서 반응하려 들면 늦다"고 강조했다.

안 서장은 이어 "탁상행정, 즉 계획을 세우는 것도 현장의 베이스가 되기에 중요하지만 '현장 없는 계획'은 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소방서 모든 구성원이 평상시 현장을 계속 오가면서 전문적인 이론 연구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준비된 김포소방'의 면모를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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