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뉴타운 광풍과 도시 생태계

서울시장 보선에 '13년전의 갈등' 재현 조짐
우상호 16만·안철수 74만·김선동 80만호 등
1년 임기일 뿐인데… 저마다 주택 물량공세
저급 포퓰리즘 두고두고 비판받을 애드벌룬


2021020901000398000017951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13년 전에 불던 '뉴타운' 광풍이 재현되고 있다.

2008년 총선 당시 서울지역에 출마한 여야 국회의원이 모두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 후 대다수 뉴타운은 구역지정이 해제되었고 집값 폭등이나 원주민과 세입자가 쫓겨나는 등 무수한 사회적 갈등과 후유증을 남겼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여야후보들이 내건 제1호 선거공약도 한결같이 주택물량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이다. 우상호 의원이 16만호 공급을 약속하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65만호를,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은 70만호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74만호를, 김선동 국민의힘 전 의원은 8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20만호 추가 공급 주장도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32만가구 개발사업을, 전국적으로 공공주도 83만가구를 개발하겠다는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광풍에 가세하고 있다.



이 같은 주택공급 물량 공세가 1년 임기의 서울시장이 약속하기 어려운 정책일 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율 없이는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애드벌룬에 불과하다. 지난 30년간 서울시 주택 인허가 건수는 연평균 8만~9만호 수준으로 연간 10만호를 넘어서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십만호 공급을 공약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다면 주택건설에 올인하는 정책을 수긍할 수 있겠지만 서울시의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 수십만호의 주택건설이 단기간에 이뤄진다해도 문제이다. 개발계획과 추진은 투기 수요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른바 '신속공급'으로 원주민들과 세입자들의 주거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대규모 주택공급은 필연적으로 서울로의 인구 집중을 부른다. 과밀이 불러올 부작용은 아랑곳하지 않는 공급 만능의 단순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96%에 달하고 서울시 인구가 해마다 감소추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급확대가 대안이 될 수 없다.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린 초저금리 추세가 주택 수요로 몰리면서 발생한 것이다. 1년 임기 중에 가능하지 않은 공급확대 목표를 부풀려 제시하는 것은 저급한 포퓰리즘이며, 무리한 추진으로 큰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주택공급확대 위주의 대증요법식 처방은 서울의 도시 생태계를 훼손할 것이 분명하다. 모든 후보들이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층고제한이나 용적률 완화를 전제로 고밀도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교통과 일조권과 조망권, 인프라 부족으로 주거환경과 도시기능 악화를 초래하고 초고층화는 안전문제도 제기된다.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택지를 개발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난개발을 부르는 하책이다. 미세먼지로, 또 코로나19 위기로 도심 공원과 녹지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도심의 허파와 시민의 휴식처를 줄이는 것은 두고두고 비판받을 역주행 정책이다.

일부 후보들이 기존의 도시재생 정책을 주택문제를 초래한 원흉(?)처럼 비난하고 있지만, 도시재생은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로 유명무실해진 뉴타운 사업을 대체하면서 지역자산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도심 공동화를 최소화하고 기존 거주자 중심의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역사와 문화로 형성돼온 도시 경관과 생태계 보전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주택가격 폭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택문제를 공급확대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96%에 달한다. 개발 이익은 투기세력이나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돌아가고, 도시 주거환경과 안전문제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뉴타운' 경쟁은 중단돼야 한다. 여야 후보들과 정부가 온갖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투기를 억제하면서 주거환경과 도시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공급 연착륙 정책이 절실하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