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체육계 학교 폭력, 라떼부터 고쳐야

신창윤

발행일 2021-02-18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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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올림픽 등 계기 엘리트체육 전환
지도자·선수들은 '오로지 우승'이 지상과제
합숙통한 체벌·폭력 '인권 사각지대' 대물림
이제 스포츠는 복지 '나때는 말이야'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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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 문화체육부장
연초부터 프로배구 선수의 학교 폭력 파문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중·고교 시절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 선수들이 선·후배간 갑질과 폭언, 폭력 등을 밝히면서 프로 선수들의 자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터진 학교 폭력 파문은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선수를 시작으로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 심경섭 선수로까지 번졌다. 결국 이들 선수는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까지 당했다. 게다가 이들의 어설픈 사과문과 한국배구연맹과 대한민국배구협회의 늑장 대응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 대응 촉구합니다'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연고주의,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체육계의 갖은 폭력과 부정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엘리트 스포츠가 대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지상 과제는 오로지 1위만 존재했다. 당시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우승이라는 지상 과제를 위해 합숙이라는 대안을 세웠고, 학교 내 합숙소는 선수들의 또 다른 폭력의 온상이었다.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을 위해 체벌과 얼차려를 했고, 선배들은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했다.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대물림됐고 습관화되면서 인권의 사각지대가 됐다.

결국 얼차려와 구타에 못 이겨 일부 선수들은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근신 처분까지 받았다. 특히 개인종목보다는 단체종목에서 이런 상황은 더 심각했다. 단체종목 특성상 지도자들이 동료의식과 더불어 연대책임을 따졌기 때문이다. 이는 선·후배 또는 동료 간의 불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은 '라떼(나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썼다.

학교 폭력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성적지상주의에서 오는 체육계의 갖은 폭력과 부정 비리가 배구계에서 끝날지 미지수다.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또 다른 선수들이 가해자로 지목될지도 모른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남자 프로배구팀 한국전력이 구단 자체적으로 학교 폭력 사건을 조사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참에 학교 폭력 전수조사와 예방기구 설치 등 다양한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가해 선수들이 자진 신고하게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니다. 학교 폭력처럼 민감한 상황은 사회적 조명을 받기에 충분하다. 선진 사회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아직도 체육계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구단과 팀, 지도자, 선수, 부모 등 당사자들은 '라떼'라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스포츠는 국민에게 늘 용기와 희망을 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복싱 홍수환의 승리 소식과 IMF 경제 위기 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점령한 박세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점령한 박찬호 등 스포츠는 국민과 늘 함께했다. 올림픽 금메달 소식도 더없이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지도자 리더십과 선수 발굴, 육성 시스템 등 국가 엘리트 스포츠 전반의 문제점을 찾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스포츠는 복지'라고 한다. 국민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활약에 맞춰 각 종목에서 생활체육을 통해 건강을 다진다. 앞으로는 학교 폭력이 스포츠계에서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라떼'는 이쯤에서 끝내자.

/신창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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