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산안농장 살처분은 못막았지만…획일적 규정개선 불지펴

살처분 작업 진행되는 화성 산안농장
지난 19일 오전 화성시의 산란계 농장인 산안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농장 측은 친환경 농법으로 1984년부터 37년간 단 한 번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았고, 3㎞ 내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2014년과 2018년에는 당시 법에 따라 살처분하지 않았다며 행정명령을 거부해 왔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날 살처분이 진행됐다. 2021.2.19 /연합뉴스

AI 발생 3㎞내 친환경동물복지
시민 지지속 '살처분 명령' 거부
정부 한시적 축소 소급적용안돼
경제·정신적 압박에 결국 살처분


친환경 동물복지 농장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방역 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해 온 '화성 산안마을 농장 사태'가 지난 19일 사태 두 달여 만에 농장 측이 살처분을 받아들이며 종료됐다.

산안농장 사태는 획일적 살처분 규정 부당성에 대한 공감을 얻으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한시적인 살처분 범위 축소에 소급적용을 받지 못하면서(2월16일자 2면 보도=AI 예방적 살처분 2주간 '3㎞ → 1㎞'…산안농장 소급적용 안돼), 농장 측이 버텨낼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 버려 결국 살처분이 결정됐다.



산안농장 사태로 획일적 살처분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이번 희생을 바탕으로 한 개선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 사수 위한 두 달여간의 투쟁, 결국 백기 든 산안농장

= 친환경 동물복지로 3만7천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는 산안농장. 이곳은 일본의 농민 야마기시가 주창한 공동체주의 운동인 야마기시즘을 따라 자연과 공동체가 된 생활을 통한 농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날벼락이 친 것은 지난해 12월 인근에 있는 농장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다. 산안농장이 3㎞ 반경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

화성시는 계고장을 보내 살처분을 명령했지만, 농장 측은 살처분을 할 경우 동물복지 축산 기반이 무너짐은 물론 AI에 대한 해결책이 예방적 대량학살이 아니라며 명령을 거부해 왔다.

농장 측은 행정심판 청구를 비롯해 화성시, 경기도,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강제 살처분 규정의 불합리성을 주장해왔지만 살처분이 현행 규정이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산안농장 창고엔 출하 못한 계란이 130만개까지 쌓였고, 경제적·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농장 측은 지난 19일 살처분을 받아들이고 이를 집행했다.

살처분 명령자 입장이면서도 사태 기간 동안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해온 서철모 화성시장은 "고통과 슬픔, 마음의 상처와 절망감이 느껴져 저 또한 애통한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행과 제도가 개선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AI, 살처분 규정 바꿔야


=1984년부터 운영된 산안마을 농장은 37년간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과 2018년에도 3㎞내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지만 당시에는 발생 농가 반경 3㎞내 가금류를 강제 살처분하라는 규정이 없었다. 이 규정은 지난 2018년 12월 새로 만들어졌다.

산안농장의 경우 두 달여간의 살처분 거부 사태 동안 최대 잠복기(14일)가 4번이나 지났다. 이중 단 한 번의 AI 양성 판정도 없어 감염 위험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때문에 산안농장 사태는 산안농장을 넘어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효용성 논란으로까지 불거진 상태다.

한국육계협회 등은 "위험평가와 사육 밀집도를 고려해 살처분 범위를 설정하는 해외 국가들과 달리 AI 발생지 반경 3㎞ 이내의 가금류 일체를 살처분하는 우리나라 방역이 무지막지하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및 동물보호단체 등도 "농장의 방역 수준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합리적·인도적 방역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살처분 변경방식을 주장 중이다.

산안농장 관계자도 "현재와 같은 방역 당국의 획일적 살처분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향후 관련 단체들과 함께 투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화성/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김태성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