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진정한 전문가의 시대를 기원하다

손경년

발행일 2021-02-2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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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일반적으로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여 그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다른 한편으로 일반인이라 지칭할 때는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전문가에게 처방과 해법을 요청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예컨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이를 치료하는 해법을 갖춘 의사,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석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가르치는 교사, 조직화와 노무 기법의 능숙함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 이단자를 구별하고 불가해한 것을 신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성직자 등을 '전문가'라고 한다. 나아가 행정전문가, 마케팅전문가, 공간 설비 전문가, 실내장식 전문가, 보험설계전문가 등 분야를 섬세하게 세분화할수록 전문가의 범주는 더욱 다양해진다. 이들 전문가는 긴 시간의 숙련과 관련 지식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다. 법을 만들고 시민의 통제권을 인수, 제한, 약화, 폐지가 가능한 선출직 정치인도 초선이든 재선이든 관계없이 '정치 전문가'로 대접받는다.

그런데 이반 일리치는 '20세기를 인간을 불구화하는 전문가 시대라고 명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충고하고 지시하고 지도하는 지적 권한'과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도덕적 권한' 그리고 '전문가에 의하면'이라는 말로써 관심과 신뢰를 확보하게 되는 '카리스마적 권한' 즉, '고객을 정의하고, 필요를 결정하며,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적 권한'은 일반인들의 '불필요한 필요'를 만들어내어 전문가의 관리 속으로 통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리치는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 제대로의 필요를 만들려면 말 없는 소수가 입을 열어 '자신들이 공통으로 원치 않는 것'의 철학적이고 법적인 특성을 명확히 밝힐 때, '불구화하는 전문가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하여 문화 관련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바뀌었다. "기획력과 업무추진력,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 체육, 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포츠 인권 보호 및 체육계 혁신, 대국민 소통 강화 등 당면 핵심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장관 임명 이유였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신임 사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문체부 공무원으로서 "현장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박물관 공연과 문화상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께 위로와 기쁨을 선사해줄 것을 기대", 국민체육진흥공단 신임 이사장은 "문체부 생활체육과장, 국제체육과장, 체육국장, 기획조정실장, 제1차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기른 체육 분야의 전문성과 행정·조직·경영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로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임명되었다.

신임 장관은 20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21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으며 '도시공학 전문가'이자 정책기획력과 소통역량의 강점을 평가받았다고 하나 문화예술계와의 연관성이 크게 없어 보인다. 나머지 두 사람은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의 행정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알다시피 공무원 조직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환배치를 통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만들지 않는 것, 다시 말해 투명성을 지키는 것을 더 중히 여긴다.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얻는 이력으로 특정 분야의 깊은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을 가진 자라고 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행정전문가의 경력을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상응한다고 주장하면 '한 마리의 황우가 건넌 큰 강의 물을 한 바가지 가져와 끓인 것을 설렁탕이라고 홍보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란 말이 있다. '어떤 영역이든 전문가'로 평가받기 좋은 '행정전문가'들로 기관장 자리가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팥을 심었는데 콩이 자랄 것이라는 '기적'을 아직도 기다리나 싶다. 그러나 어쩌랴. 이왕지사 임명받았으니 이분들이 문화와 예술계 종사자들이 '우리 스스로 해냈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임무를 완수하는 '창조적 조직가'였으면 좋겠고, 간절히 기원하건대 '진짜 전문가의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마법이라도 펼쳐지게 되면 정말 좋겠다.

/손경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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