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주노동자 주거 개선 대책 "실효성 부족"…"죽어야만 관심 받나"

배재흥 기자

입력 2021-02-23 17: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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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실효성 있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2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지난해 말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것과 관련, 경기도가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을 개선하고자 이들 숙소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당사자 참여가 배제된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은 23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실효성 있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속헹(31)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을 거뒀다. 사인은 국과수 부검결과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으로 나타났지만 속헹씨가 살아생전 한겨울에도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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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헹씨가 생전에 살던 비닐하우스 숙소에 국화가 달려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 제공

경기도 역시 도내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을 개선하기 위해 이들의 숙소를 전수조사하겠다는 후속 대책을 발 빠르게 발표했고, 현재까지 도내 농어촌 이주노동자 숙소 2천142곳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하지만 신속한 대처에 비해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신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주노동자 노조 등 관련 단체들이 환경 개선을 위한 법 제도 완비 등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사항"이라며 "경기도 노동국과 면담을 통해 실태조사의 점검 기준이 적절한지 기준표 공개를 요구했지만 근로기준법에 맞춰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는 답변뿐 어떤 구체적인 내용도 받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발언에 나선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오기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고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고, 이주노동자는 죽어야만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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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실효성 있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2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경기도의 전수조사 과정에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된 곳이 '집'이라는 공간이다. 몸이 아플 때 쉴 수 있는 따뜻한, 시원한 공간이 이주노동자에게도 제공되어야 한다"며 "(경기도의 대책은) 안타깝게도 당사자가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없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사나 상황파악에 당사자 참여를 보장해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인권의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경기도 모든 시군 공무원들을 동원해서 직접 숙소에 가봤다면 2주 만에 실태조사가 가능했을까 의심스럽다"며 "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기준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이 기준은 국제노동기구의 숙소 기준과 비교했을 때 턱 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했더라도 그게 마땅한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면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경기도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실태조사는 모두 완료한 상태이고,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기자회견 의견 등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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