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착한 임대인' 현장에선]월세 한 푼 안받는 '통 큰 결심'…동참 포기한 '영끌' 건물주도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1-02-24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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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문화의 거리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가 나빠지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이 시작됐다. 세입자를 위해 여전히 임대료를 적게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임대 수입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임대료를 높인 이들도 있다. 임차인 중엔 손님이 줄어 인하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임대인들의 설명이다. 인천 부평구의 한 상가 1층에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2021.2.2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5개월 밀려도 차마 말 못 하고
세입자 찾기 어려워 '깔세'도
'주변 부담 줄라' 선행 안 알려
대출금 부담으로 다시 '원위치'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골목 상권이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한때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진 현재 당시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세입자를 위해 여전히 임대료를 적게 받는 이들도 있고, 줄어든 임대 수입으로 버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임대료를 올린 이들도 있었다.

최근 인천 부평구에서 만난 임대 사업자 A씨는 "월 임대료 50만원을 깎아주다가 임차인이 '더는 못 살겠다'고 해서 150만원을 덜 받았는데, 다섯 달 동안 임대료를 내지 못하더라"며 "사정을 뻔히 아는데 밀린 월세를 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A씨는 건물주이면서 옷가게 등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다. 점포를 임차해 가게를 연 자영업자들의 딱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곧장 참여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약 165㎡ 규모의 점포를 음식점으로 운영하겠다는 임차인과 2년 임대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 임대료를 월 70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낮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에는 6개월간 550만원만 받기도 했다.

A씨는 "세입자가 '빚내서 버텼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 찾아왔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가게 운영 자금을 마련했을 텐데 수익이 없으니 이자 갚기도 빠듯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임차인은 1년을 못 버티고 나갔다.

A씨는 건물주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임대 계약 기간 중 폐업하면 새로운 세입자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A씨는 기존 상가 임차인이 금방 새 임차인을 구해 손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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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가 나빠지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이 시작됐다. 세입자를 위해 여전히 임대료를 적게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임대 수입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임대료를 높인 이들도 있다. 임차인 중엔 손님이 줄어 인하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임대인들의 설명이다. 인천 부평구의 한 상가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1.2.2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그는 "인근 한 점포는 10여년간 운영되던 유명 브랜드 매장이 폐점하고,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결국 단기 임차 방식인 이른바 '깔세' 점포를 내줬다"고 귀띔했다.

다른 임대 사업자 B씨는 부평구에 있는 자신의 상가에 입점한 국내외 명품 편집숍으로부터 받아야 할 월세 1천500만원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손님들 발길이 끊겼단 하소연을 듣고 '통 큰' 결심을 했다고 한다.

남동구에서 지상 3층짜리 건물을 가진 C씨도 '손님 한 팀도 안 오는 날이 많다'는 1층 식당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월세를 200만원가량 깎아 주고, 밀린 임대료 1천만원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행이 주변 임대인들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어 한사코 기사에선 익명 처리를 요구했다.

오랜 고민 끝에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는 A씨는 "임대 사업자들의 각자 사정이 다르니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요즘엔 월세 깎아줬다고 하면 인근 건물주들이 '자꾸 임대료를 내리면 우리는 뭐가 되느냐'며 안 좋은 소리를 한다. 다들 좋은 일 하고도 내색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다가 자신도 버티지 못하고 임대료를 올린 건물주의 사연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D씨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았다는 '영끌' 건물주라 대출금을 갚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참다못한 그는 올해부터 자신의 건물에 입점한 옷 가게와 식당에 월세를 각각 50만원과 100만원씩 올리겠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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