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목련

권성훈

발행일 2021-03-0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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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없었다 //

이 계절의 끝에서 /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

유배된 두 손을 펼치면 //

황홀한 불화 / 황홀한 붕괴 //

노래하던 새가 목을 꺾고 / 부드러운 물고기가 초록 거품을 토하는 / 말하자면 세상이 끝나는 줄 모르는 아이처럼 / 목련이 떨어지는 풍경을 본다 //

사랑이라는 말을 발음하면 / 서로의 몸을 핥는 고양이 //

이곳에서도 나는 아름답지 못했다 //

성실하게 성장하고 / 과묵하게 작별할 수 있다면 / 겁 없이 사랑할 수 있을 텐데 //

눈을 뜨면 낯선 곳에 앉아 / 숲과 안개를 그려 넣는 사람아 //

박은정(1975~)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어떤 사상이나 예술에서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것을 '전위적'이라고 한다. 전위적인 것은 다른 존재들보다 앞서 가는 것으로 먼저 길을 내는 존재다. 마치 목련꽃 같은 것으로 다른 꽃보다 빨리 그 모습을 말하자면 봄의 전령사로서 보여준다. 3~4월에 개화하는 목련꽃은 '이 계절의 끝에서' 다른 꽃들이 피어났는지 뒤돌아보지 않고서 개화한다. 그것도 잎보다 꽃을 먼저 매달고 겁도 없이 10m 높이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듯 허공에 멈춰 있다. 게다가 일찍 반응하는 것이 빨리 소멸하듯이 '황홀한 불화'같이 '황홀한 붕괴'처럼 목을 꺾는 목련. 말보다 앞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별을 두려워하는 당신도 목련과 같이 '과묵하게 작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전위적인 사랑도 이와 같이 '겁 없이 사랑'하는 것이니. 목련 꽃말같이 고귀하다는 것은 이러한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 법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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