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송도국제도시 연결 2개 도로 건설사업 '람사르습지 훼손' 논란

갯벌 위에 세운 도시, 또 다시 환경파괴 문제에 빠지다

이현준 기자

발행일 2021-03-05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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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갈매기(좌측 하단).

극심한 정체 해소 위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배곧대교
교통편의 개선·경제적효과 기대 불구 '습지보호구역' 통과
환경단체 반발 부딪혀 차질 우려… 구간 분리 추진 논의도

'멸종위기'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서식처, 중요성 손꼽혀
"정부·지자체 국제적으로 한 약속 스스로 깨버리는 꼴" 비판
인천·시흥시, 주민·관계기관·전문가 등과 대안 모색 계획
훼손면적보다 넓은 대체 부지 물색·피해 최소화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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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연결되는 2개의 도로(다리) 건설사업이 환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통망 확충을 위한 이들 도로는 송도국제도시 인근의 갯벌을 지나도록 계획돼 있다. 이 갯벌은 람사르협약에 따라 보호해야 할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는 상황인데, 도로 건설 시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시와 경기 시흥시 등 관계 당국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문가 등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어떤 대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 갯벌에 가로막힌 송도 연결 도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19.4㎞) 구간은 인천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시흥시 정왕동을 연결하는 도로다. 제2순환고속도로 12개 구간 중 유일하게 착공하지 못한 구간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구간을 1·2구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건설하기로 하고 1구간(남송도IC~시화나래IC·8.4㎞) 1공구(오이도IC~시화나래IC·4.0㎞)에 대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2공구(남송도IC~오이도IC·4.4㎞)에 대해선 올 상반기 설계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2023년 착공 목표인 1구간은 개통까지 7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항과 배후단지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송도 해안도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등 주변 도로의 교통 정체가 심각한 실정이다. 송도에 있는 신항의 교통량도 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주된 이유다. 서둘러 도로를 지어야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구간(인천 남항~남송도IC·11.4㎞) 건설은 요원한 상태다. 이 구간은 갯벌을 교량 형태로 지나도록 계획돼 있는데, 이 갯벌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인천시 습지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 도로가 개설되면 갯벌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반발이 줄어들면 2구간 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게 국토부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1·2구간을 동시에 착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로 건설을 나눠서 추진할 경우 주민 불편이 상당 기간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2외곽순환도로 람사르습지관통1
송도 갯벌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예정지 일대. 이 일대 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돼 있다. /경인일보DB

배곧대교 건설사업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배곧대교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왕복 4차로, 총 1.89㎞ 길이의 다리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 투자사가 다리를 건설하면, 소유권은 경기 시흥시가 갖고 운영권은 30년간 투자사가 갖는 구조다. 사업비 규모는 1천900억여 원으로,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시흥시는 이 다리가 건설되면 시흥과 송도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되고,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다리가 지나게 될 갯벌이다. 이 갯벌 역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가 지속되는 이유다.

송도국제도시는 갯벌을 매립한 땅에 만들어졌다. 갯벌을 매립할 때도 '개발'과 '환경'이 충돌했다. 그곳의 교통망 확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갯벌이 자리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 "보호하기로 한 송도갯벌, 약속 깨선 안 돼"

람사르습지는 생물·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람사르협약'에 따라 등록된 습지를 의미한다.

습지는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의 시작점으로 어패류와 조류, 양서류 등의 서식지가 된다.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지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습지를 훼손하지 말고 보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게 람사르협약의 기본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가입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엔 송도 갯벌을 포함해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 산지습지 등 20여 곳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다.

송도갯벌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서식하는 생태학적 중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이유로 송도 6·8공구와 11공구 일대 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송도갯벌은 2014년엔 람사르 협회로부터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송도갯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람사르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컸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송도갯벌은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천시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람사르 협회에 등록을 신청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습지 훼손이 불가피한 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건 약속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이고,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도로 건설 등 개발이 적절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만으로 보호해야 할 곳을 훼손하면서 도로를 짓는 게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인천·경기 시흥, "대안 찾겠다"

인천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2구간(인천 남항~남송도IC·11.4㎞) 건설 시 훼손될 습지를 대신할 '대체 습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1·2구간 동시 착공'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에 대해 적극 동의 입장을 나타내면서 1·2구간이 2030년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훼손 면적 이상의 보호 습지를 찾아 도로 건설로 인한 환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역 주민, 환경단체, 관계 기관 등과의 소통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에 전 구간 동시 착공을 건의했고, 국토부 또한 긍정적 답변을 보내온 바 있다"며 "2030년 1·2구간이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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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곧대교 건설을 추진하는 시흥시도 대체 습지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대상지 인근의 갯골생태공원 주변, 연구·지원시설 부지 등이 대체 습지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배곧대교 건설 시 습지보호지역에 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각 수를 가급적 줄이고, 조류 비행 동선을 고려한 설계, 습지보호지역 구간 가로등의 낮은 조명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전문가 등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대안을 마련해 배곧대교가 목표대로 2025년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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