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자원회수시설 반입장에서 주민감시원들이 반입된 쓰레기들을 샘플링하고 있다. 2021.3.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영통 자원회수시설서 20명 체험
캔·비닐 등 부적합 품목에 '깜짝'
이달 중순부터 희망자 참여 가능
지난 5일 오전 7시 수원시 영통구 자원회수시설 내부 쓰레기 집하장은 비장함이 가득했다.
이곳에 모인 주민 약 20명은 저마다 덧옷과 장화·장갑을 착용한 채 갈고리처럼 생긴 연장을 들었다.
아침 수거를 끝낸 생활쓰레기 수거차량이 지나가며 쓰레기 일부를 바닥에 붓자 KF94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퀴퀴한 쓰레기 냄새에 주민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
"이제 종량제 봉투를 연장으로 찢으시면 됩니다!"
이내 들려온 현장 담당자의 커다란 목소리에 마지못해 갈고리로 봉투를 찢기 시작했다. "으악!"이란 단발의 비명을 쫓아가니 일주일은 묵힌 듯한 음식물 찌꺼기가 봉투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비싸서 못 먹는다는 상한 '금파'도 눈에 띄었다.
5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자원회수시설 반입장에서 주민감시원들이 반입된 쓰레기들을 샘플링하고 있다. 2021.3.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한 주민을 충격에 빠뜨린 건 일련의 카세트테이프 뭉치였다. 성경이 담겨 있었던 것. 시민 A씨는 "성경인데 이걸 이렇게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기독교인이라면 절대 이렇게 못할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낡은 냄비부터 플라스틱·캔·비닐까지, 10~20ℓ 남짓한 종량제 봉투에선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져 나왔다.
현장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는 쓰레기도 부적합이 많은데, 거리엔 얼마나 많은지 감도 안 잡힌다"고 토로했다.
생활쓰레기 분리배출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기초자치단체의 고민거리다. 수원시가 택한 방안은 '주민 인식 개선'이다.
수원시는 지난달 22일부터 매주 월·수·금요일마다 시내 44개 동 주민들이 직접 생활쓰레기 분리 실태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44개동이 끝나는 3월 중순부터는 희망자를 받아 쓰레기 배출 실태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비닐'과 '플라스틱' 딱 두 가지만 씻어서 분리 배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따뜻해지면 냄새도 나고 하니 사실상 골든타임은 이달 말까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