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가상화폐·주식 '열풍'…젊은 개인 투자자 이야기

몸집 커진 투자시장 파고든 '개미'…희비 엇갈린 '모험'

김준석 기자

발행일 2021-03-26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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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침대에서 가상화폐 1천200만원 어치를 샀는데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니 5천만원으로 불어난 경험을 한 A(용인 수지구)씨는 과연 수익금을 보전했을까.

수천만원의 일확천금은 아니지만 2년간 꾸준히 기업 분석과 분산 투자에 나서 1천100만원을 1천600만원으로 불린 B(인천 남동구)씨는 A씨 얘기를 듣고 부러워할까.

너도나도 가상화폐나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하루종일 증권사·가상화폐거래소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과 기대감을 함께 품고 사는 시대다.

이미 시장이 과열됐다는 분석이 쏟아지지만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이나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는 시기에 지난 2~3년간 극과 극의 경험을 한 두 명의 30대 투자자를 소개한다.

 

# 가상화폐로 '일확천금' 거머쥐었던 대기업 직원
하루만에 4천만원 이익… 이후 수익금 제외 투자 불구 '반토막'
이익 보고도 손실금액만 떠올라 적금·성과급까지 쏟아부어
분산투자에도 멈추지 않는 하락세에 '물려' 2500만원만 남아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하루에만 300번 넘도록 가상화폐거래소 앱을 확인한다. 5년간 일해 모은 자산 전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물려'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물려 있다'는 말은 자신이 사들인 가상화폐나 주식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보고 난 뒤 향후 수익으로 다시 회복할 거란 기대감에 팔지 못하고 묶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A씨는 총 6천만원의 자산을 지난 3년 사이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했으나 지금은 2천500만원만 남은 상태다. 집이나 회사는 물론 지인과의 술자리 등 어디에서든 하루 300번을 훌쩍 넘길 만큼 가상화폐 앱만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가진 자산의 전부를 단기간에 무턱대고 가상화폐 시장에 쏟아 부은 건 아니었다. 누구라도 수천만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사들일 수밖에 없을 만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17일.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2천만원 초반대였던 비트코인 1개 가격이 2배로 뛰어 5천만원을 훌쩍 넘어서고 하루 최대 20%에 달하는 상승이 거듭될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 열기가 뜨거울 때였다.

상승세 기류에 따라 자산을 불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A씨는 이날 한 가상화폐 종목에만 1천200만원을 투자해 단 하루 만에 4천만원을 벌어들였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매수하고 하룻밤 지난 아침 출근길에 확인해 보니 2배로 늘어난 2천500만원, 허겁지겁 회사에 도착한 오전 8시쯤 자리에 앉았을 때 또다시 2배가 불어나 5천200만원이 돼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수익금은 남겨두고 기존 투자금 1천200만원으로 다른 종목의 가상화폐를 매수했는데 며칠 새 절반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A씨는 남겨뒀던 수익금 4천만원을 같은 종목에 전부 쏟아부었지만 며칠 후 또 가격이 떨어져 총 5천200만원의 투자금은 2천200만원이 됐다.

사실 당초 투자금액이 1천200만원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1천만원을 번 셈이었지만 A씨 머릿속에 맴도는 건 손실금액 4천만원이었다.

결국 A씨는 몇 년째 주식 시장에 넣어뒀던 1천500만원과 적금 통장에 있던 2천만원, 마침 지난해 연말 성과급으로 받은 1천200만원까지 총 4천700만원을 추가로 가상화폐 시장에 쏟아 부었다. 단기간 발생했던 수익을 되찾기 위해 보유 자산 전부를 가상화폐에 투입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후 A씨가 보유한 종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7천만원에 가까운 투자금은 단 1주일 만에 4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다른 종목에 분산 투자를 시도해 회복을 노렸지만 멈추지 않는 하락세에 결국 지금은 2천500만원의 투자금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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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투자 열풍이 젊은 대학생들에게도 퍼지면서 주식 동아리 가입률이 증가하는 등 대학교에 주식 열풍이 불고 있다. /경인일보DB
 

# 주식 분산투자로 '꾸준히 수익' 올린 중소기업 직원
책으로 주식 기본기 다져… 유튜브 등 통해 '전문가 정보' 습득
재무제표 등 분석 거친후 안정적 대기업 30% 나머지는 中企
'집중 아닌 분산' 하루 2~3%↑… 2년새 1100만원→1600만원
 

 

A씨 만큼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B씨도 주식 투자로 적지 않은 수익을 맛봤다.

지난 2년간 투자한 1천100만원이 지금은 1천600만원으로 늘어 약 45% 수익률을 달성했다. B씨가 주식 시장에 투입한 금액은 보유 자산의 절반 수준이며 나머지는 적금 등 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B씨는 투자할 종목을 고를 때마다 해당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와 분석을 거친 뒤 향후 성장성 등을 감안해 매수 여부를 판단한다.

재무제표를 통한 매출·부채 파악은 기본이고 해당 기업이 공시하는 정보와 온·오프라인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관련 보고서 분석도 필수다.

B씨가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선 건 지난 2019년 7월쯤이었다. 책으로 주식 투자 기본기를 다지고 난 뒤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투자 노하우와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었다.

처음 B씨가 선택한 종목은 반도체 관련주였다. 마침 반도체 시장이 상승세였던 터라 대기업 주식과 함께 관련 중소기업 주식을 섞어 6개 종목에 총 1천만원을 나눠 투자했다.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대기업 주식에 30% 비중을 두고 나머지는 다소 위험성이 있으나 수익 기대감이 큰 중소기업의 주식으로 채웠다. 그렇게 B씨가 갖고 있던 주식은 2년간 하루 평균 2~3%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며 당초 1천100만원이었던 자금을 1천600만원으로 늘려줬다.

물론 전반적인 주식시장 하락세 등으로 한 때 마이너스 수익률을 유지하던 때도 있었지만 일시적 변동성에 치우치지 않고 사전에 분석한 기업 정보와 미리 세운 투자 계획에 충실히 임해 섣부른 매수나 매도를 자제했다.

특히 B씨는 1~2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피했다. 아무리 기업 정보가 많고 주식시장 분위기를 분석한다 해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정보를 통해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이라 해도 집중 투자보다는 다른 종목과 연계한 분산 투자를 B씨가 고집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B씨는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기업 실적이나 재무 상태는 물론 실제 어디서 어떤 물건을 파는지 파악이 가능한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화폐는 투자금액이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며 또 화폐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경우는 현재 주식 시장에서 종목 분석을 위해 제공하는 여러 지표나 기업 매출 및 재정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등을 얻기 어렵다.

가상화폐 가격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차트나 화폐 운영사가 투자자에게 알리는 공시 내용 이외엔 정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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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내 한 비트코인 결제 가능 미용실 카운터에 비트코인 결제 가능을 알리는 표시가 부착돼 있다. /경인일보DB

# 대상·방식·규모 달랐지만 같았던 꿈 '경제적 자유'
올해 4대 가상화폐거래소 거래액 445조원… 작년 한해 추월
코스피 상장기업 시총 'GDP 규모' 넘어서는 수준으로 확대
단기 수익 기대감 커졌지만 '손실가능성'도 높다는점 명심


서로 투자에 나선 대상이나 방식, 규모는 달랐지만 이들 두 명의 투자자가 가진 꿈은 같았다. 바로 '경제적 자유'다.

A씨는 10억원의 투자 수익을 올려 40대 이전 은퇴가 목표이고 B씨도 투자금을 불려 현재 월급으로는 꿈꾸기 어려운 집과 여윳돈을 마련해 조기 퇴사하는 게 꿈이다.

불로소득이라거나 투자금만 불려 게으른 수익을 바라는 소수의 꿈일지 모르겠지만 최근 급증하는 가상화폐·주식 시장 규모와 투자자를 보면 꼭 소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달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서 거래된 금액만 445조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 한 해 누적 거래금액인 356조2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주식 시장 역시 사상 최초로 코스피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우리나라 한 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국제통화기금 전망치 기준) 대비 지난해 종가(12월3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의 비율은 104.2%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동학개미'로 불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와 연말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인 '2,873.47'(2020년 기준)로 지난 한 해 거래를 마친 효과다.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단기간 투자를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손실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가상화폐의 경우 아직 금융상품이나 화폐로 인정되지 않아 주식, 파생상품,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등과 달리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탄 가상화폐 시장을 두고 '미래가치에 주목한 투자'란 평가도 나오지만 '투기적 자산', '최악의 거품'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가상화폐는 물론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로 최근 급증하는 시장 규모를 두고 투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암호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높은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 극도로 비효율적이며 매우 투기적 자산으로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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