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민심은 천심이다

다산 '목민심서'는 공직지침서 수백년 추앙
하지만 일어탁수탓 투기의 중심이 된 요즘
국민들 분기탱천… 개혁, 분노로 탄력받듯
당정청 이어 인천시도 '투기근절 적기'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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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백성들은 시달려 여위고 병들어 쓰러지는데 이들을 돌볼 목민관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다.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이는 백성들과 함께 아파했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한 대목이다.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없애고 지방 행정의 쇄신을 위해 옛 지방 관리들의 잘못된 사례를 들어 백성들을 다스리는 도리를 설명하는 목민심서는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공직자를 위한 지침서로 추앙받고 있다. 다산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시대정신이고 가치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재 공직사회 전반은 슬프고 아프기까지 하다.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할 공직사회가 투기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어탁수(一魚濁水), 미꾸라지 한 마리가 큰물을 흐리게 한다. 광명·시흥에서 쏘아 올린 불신의 씨앗은 3기 신도시 전체로, 세종으로, 이제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부동산 투기 광풍이 대한민국 전역을 집어삼키는 격이다. 국민들의 분노와 울화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당·정·청은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모든 공직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속도가 붙었고 농지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모든 공직자는 부동산 소유 및 거래 정보를 정기적으로 등록해야 하며, 금지한 차명 거래가 사후에 밝혀지면 징계와 형사 처벌은 물론 소급 적용하여 이익을 환수하게끔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나서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요구를 짓밟았고, 대다수 공직자의 명예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부끄럽고 아픈 일이라 언급하고 부동산 적폐청산을 위해 전방위적 총력전을 시작하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직자가 투자하면 법 위반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는 투자와 투기의 실질적인 차이를 간파하지 못한 그릇된 발언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실수요자의 행위인 투자(投資)와 가수요자의 행위이자 생산 활동 등과 관계없이 오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구입하는 투기(投機)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이 특정 정보를 취득하여 이를 토대로 투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실제 거주 목적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택한 것을 두고 투기라 부르진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다른 곳에 거주하며 특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집 혹은 토지를 구매하여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이게 바로 투기인 셈이다.

남 일만 같았던 부동산 투기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공정의 상징이 되어야 할 공직자가 최소한의 공정마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민은 과연 누구를 믿고 어디에 의지해야 하는 것인지 아픈 현실에 가슴이 아려온다.

하지만 개혁이라는 것은 본래 홀로 싹트는 것이 아니다. 개혁은 분노로 탄력을 받는단 사실은 어찌 보면 지금이 바로 투기 문제를 근절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적기임을 역설한다.

인천도 부동산 투기 문제만큼은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뚝심을 갖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박남춘 시장은 공직자에게 청렴은 영혼과도 같다고 강조하며 시민의 눈높이에서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공직자가 선하고 바르게 진정성을 갖고 민심과 맞닿을 때 국민은 다시 신뢰로 화답할 것이다. 민심이 외치는 울분을 지나친다면 나라다운 나라로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민심은 천심이다.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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