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한국 아파트에 대한 단상

분양 정보와 다르거나 미흡한 시설물 많아
관리사무소·위탁업체의 불이행 대처법 적어
시행·시공사, 돈벌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봐야
관공서도 적극적으로 민원 해결 노력 필요

2021043001001272000062711
이영빈 Engage Lab 대표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 신도시에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많은 사람이 입주한다. 신도시 아파트는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일정 부분 막고 집값 안정 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신규 아파트 입주 후 발생하는 시행사, 시공사, 관리업체 등의 업무와 관련된 민원들을 비추어 볼 때, 분양과 관리에 대한 더욱더 정밀한 규제와 행정지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선량한 일반시민들이 평생을 모아 분양받는 공동주택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최근 입주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는 분양 때의 정보와 상이하거나 지어지지 않은 시설들이 즐비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분양 시 안내됐던 편의시설들도 없거나 미흡했다. 주요 분양 홍보사항도 불충분한 사유로 빼게 됐다고 한다. 사업 시행과 시공 능력에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관리비도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먼저 시행사·시공사의 불이행과 과대광고 혹은 정확하지 않은 분양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적고자 한다. 한국 분양 시스템은 건설사에 좋은 '선분양'이다. 일정 부분의 사업 자금과 요건을 갖추면 선 판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하는 사람에게 이처럼 좋은 구성은 없다고 본다. 분양 카탈로그와 동영상 등을 접하면, 역세권과 바다 조망 등 많은 미사여구가 붙어있다. 또 카탈로그 한 편에는 항상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면피성 글귀가 있다. 그렇다 보니 분양 정보와 다르거나 미흡하게 지어진 시설이 적지 않다. 입주민이 요구하면 개선하는 것이 아마도 더 싸게 사업을 할 수 있기는 할 것 같다. 현 분양 체계는 절대적으로 고객인 입주자에게 불리하다.



둘째로 필자는 관리사무소와 위탁업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관리사무소가 잘 이행하지 않거나 불성실히 이행하고 있을 때, 입주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그리 많지 않다. 입주자들이 공동주택관리법을 잘 알기 힘들뿐더러, 입주자대표회의도 생업이 있는 분들이어서 관리사무소와 위탁업체의 성실 이행 여부를 충분히 알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면 해당 관공서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데, 여러 군데 전화를 걸면 "저희는 그런 업무를 안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일반 입주자는 민원조차 제대로 제기할 수 없는 구조의 행정 시스템이다.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주변만 돌게 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예전처럼 한곳에 오래 거주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적어도 집이라는 곳은 상징적으로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재산이다. 시행사·시공사는 아파트를 돈을 벌 기회로만 보지 말고 제발 Home, 즉 사람이 가족과 사는 곳으로 바라보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건물을 짓는 건축가들은 "저기가 내가 지은 건물이야"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는데, 우리 시행사·시공사들도 그런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지기를 바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위탁업체들도 참고하기 바란다. 글로벌 부동산 관리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서비스 정신과 시스템을 상향 조정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계약의 최소를 이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내가 이 단지에서 사는 게 참 잘한 일'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관공서에 바라는 소시민의 한가지 바람은 '제발 적극적 행정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 업무가 아닌데요" "담당자가 안 계신데요"라는 답을 듣고 싶어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다.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선진국형 공무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민원 수가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인천 등 수도권에는 아파트가 많다. 우리가 당면한 아파트 관리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아파트 수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문제도 많아지는 추세다.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며, 'loop hole'(계속 되는 반복적인 일로 인해 생긴 깊은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많은 문제와 사회적 비용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지금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아파트의 형태와 가격이 도시의 가치를 정하지 않는다. 행복한 고객, 입주민, 시민, 바로 사람이 먼저다.

/이영빈 Engage Lab 대표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