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농조연운(籠鳥戀雲)

속박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깥세상의 자유 그리워함 비유
연인 굴레에서 해방을 염원하는
들국화 '제발'의 화자 읍소처럼
하루빨리 '코로나 방콕' 벗어나길


고재경2021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농조연운(籠鳥戀雲)은 '새장 안의 새가 구름을 그리워하다'는 뜻이다. 속박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깥세상의 자유를 그리워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들국화가 부른 '제발'(작사·작곡: 최성원)은 농조연운의 함의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명곡이다. 노랫말 도입부부터 화자는 자신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상대방 연인에게 강렬하게 전달한다. '제발/그만해둬/나는/너의 인형은/아니잖니'. 여기서 언급된 '인형'은 일반적인 인형이 아니라 꼭두각시 인형이다. 연인이 흔드는 인형 줄에 매달려 수동적으로 춤을 출 수밖에 없는 화자의 가련한 처지가 연상된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누군가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구속된 사랑의 끔찍한 현실에 화자는 몸서리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연인에게 '제발/그만해둬'라고 핏대를 올리며 절규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울부짖음에 그치지 않는다. '너도 알잖니/다시 생각해봐/눈을 들어 내 얼굴을 다시 봐'. 화자에게 사랑을 속박하는 주체는 연인이다. 따라서 화자는 연인의 지나친 구속 욕구와 집착을 질타한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 표출을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현재 화자는 심리적 고독에 흠뻑 젖어있다. 불완전한 존재임을 스스로 밝히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간이 완전하지 못하듯이 화자도 자신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이렇게 토로한다. '나는 외로워/난 네가 바라듯/완전하지 못해/한낱/외로운 사람일 뿐야'. 아마도 연인은 화자에게 완벽한 인물상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다정다감한 인물이거나 순종형 인물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화자는 자신이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을 받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이는 화자가 사랑의 멍에를 메고 가야 하는 암울한 현실을 부정하는 몸부림의 표출이다. 따라서 심적으로 외로운 화자에게 옥죄어 오는 중압감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제발/숨 막혀/인형이 되긴'. 이는 마치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등 두 명의 방랑자가 절대 고독을 절감하며 거의 50년 동안 누군지도 모르는 '고도'를 마냥 기다리는 부조리한 중압감과 다를 바 없다.

드디어 화자는 연인에게 자신의 현재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이렇게 호소한다. '목말라/마음 열어/사랑을 해줘/제발/그만해둬/새장 속의 새는/너무 지쳤어/…/처음 만난 그 거리를 걸어봐'. 연인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정신적 구금을 강요해왔다고 생각한 화자는 연인에게 이제는 마음 문을 활짝 열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으로 대해 줄 것을 간청한다. '새장 속의 새'는 연인으로부터 갇혀버린 화자의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 새의 상징어는 자유이다. 새가 창공을 자유롭게 날지 못하면 그것은 사형선고에 가깝다. 즉 새는 하늘을 훨훨 비상해야 쓸모가 있다. 마치 영화 '미나리'의 남자 주인공 제이콥이 자신의 아들 데이빗에게 '그러니까 우리는 꼭 쓸모가 있어야 돼'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듯이 말이다. 곡명 '제발'의 화자는 쓸모 있는 새가 되고 싶고 쓸모 있는 연인이 되기를 갈망한다.

지금까지 화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결박하였던 연인의 일방적 행위를 멈춰달라는 화자의 읍소는 어떤 의미에서 비장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새장 안의 새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지쳐가듯이 화자도 거의 영육 간 탈진으로 신음을 내뱉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자는 연인과 '처음 만난 그 거리를' 제발 걸어보기를 제안한다. 자유로운 거리 걷기 권면은 화자와 연인 사이에 새로운 희망의 도래를 암시한다. 즉 다가올 미래에 사랑의 봄날의 재개를 은유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이른바 '방콕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집안에 틀어박혀 답답함을 호소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농조연운처럼 집 밖의 자유로운 일상의 재개를 열망하고 있다. 곡목 '제발'의 화자가 연인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기를 염원하듯이 우리 모두 코로나19 4차 유행 경고등 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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