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2세아' 입양기관, 개정매뉴얼 적용했더라면…안타까움

작년 8월 입양후 2개월만에 첫 사후관리 등 "절차대로 진행" 설명

지난 1월 개정된 '입양실무 매뉴얼' 지난 10일부터 현장 적용

입양후 관리 4->6회…방문 3회·면담 3회 실시땐 참극 막았을지도
2021051101000416200020511.jpg
수차례 폭행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2세 아동의 입양 절차를 진행했던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기관. 2021.5.11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1차례 방문점검하고, 2차례 비대면 확인한 결과 이상은 없었습니다."

양부에게 수차례 폭행당한 뒤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 화성 2세 아이의 입양을 담당한 기관은 입양 후 단 1차
례만 가정에 방문했다.

입양 후 2달 만에 이뤄진 첫 번째 사후관리였는데, 한 차례 가정방문 이후 이어진 2·3차 관리는 서면과 전화 확인에만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A(2)양은 지난 2020년 8월 말 B(37)씨 부부에 입양됐다. 모두의 축복 속에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A양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3차례에 걸쳐 양부인 B씨에게 손과 주먹, 나무재질의 구두주걱 등으로 폭행당했다. 말을 듣지 않고 운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A양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게다가 A양을 치료한 의료진도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 몸 곳곳에서 시일이 지난 듯한 멍 자국들이 발견됐다고 밝혀 지속적인 학대도 의심받고 있다.

A양 입양 절차를 진행한 건 C 사회복지기관이다. B씨 부부는 지난 2019년 아동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A양을 본 후 안쓰럽게 여기다 A양 입양을 결정했다. C 기관은 정상적인 입양 절차에 따라 교육 등을 진행했고, 지난해 8월 A양은 B씨 부부의 품에 안겼다.

입양 절차를 진행한 기관은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 이후 1년간 입양 아동의 양육환경을 확인해야 한다. C 기관은 지난해 10월, 지난 1월, 4월 3차례에 걸쳐 입양 후 관리를 진행했다. 이 중 담당자가 직접 가정을 방문한 건 입양 후 2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 1차례뿐이다. 나머지는 B씨 부모와 전화·이메일·문자 등으로 적응 여부를 점검하는 등 비대면에 그쳤다.

A양 입양 당시 현장에 적용됐던 '2020년 입양실무매뉴얼'은 입양 후 1년 안에 4차례 입양 후 관리를 해야 한다. 이중 현장 방문은 2회만 하면 돼 표면상으로 C 기관이 규정에 어긋난 것은 없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을 돌이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정인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입양실무매뉴얼을 개정해 지난 1월 발표했다. 입양 후 관리는 4회에서 6회로 늘리고, 3회는 가정방문, 3회는 면담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0일부터 현장에 적용됐다. 개정된 매뉴얼은 언론과 각종 홍보자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C 기관이 기존 규정 대신, 개정된 매뉴얼을 선제 적용해 가정방문을 더했다면 이번과 같은 참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C 기관 관계자는 "규정에 맞게 입양과 입양 후 관리 절차를 밟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인원이 부족해서 현장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인원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입양 시민 단체들은 입양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입양의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또 어린 입양아동의 불행한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입양은 민간이 아닌 공적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김동필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