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롤모델 백년가게

[소상공인 롤모델 백년가게-#17 수원 오름] 제로웨이스트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에서 필요 이상 버려지는 쓰레기에 문제 의식 생겨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매개체' 자처

일상에서의 실천 쉽지 않지만, 지구를 위해 인식 바꿔야

"개개인의 실천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가 적극 나서야"


오늘은 다소 특별한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하긴 하나 정부가 인증한 '공식' 백년가게는 아닙니다. 업력만 놓고 보면 앞서 소개한 여러 백년가게와 견줄 바가 아니죠. 그럼에도 이 가게의 지향점 역시 앞으로의 백년에 놓여 있습니다. 지구를 위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 수원 오름의 이야기입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쓰레기 배출을 '0'에 가깝게 최소화하는 환경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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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진열된 물품을 소개하고 있는 이현자 대표. 2021.7.15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평범한 주부, 제로 웨이스트 숍 대표 되다

오름의 대표 이현자(54) 씨는 자신을 '평범한 주부'라고 소개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일 뿐, 환경 운동가나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단지 '매개체'를 자처합니다. 저마다의 궁금증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오름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제로 웨이스트'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일상에서 실천 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저는 환경 운동가나 전문가가 아니고, 평범한 주부였어요. 집에서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쓰레기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와 평소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죠. 작년까지 식당을 운영했는데, 음식점을 하다 보면 버려지는 음식이라든지, 재료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꼭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아는 음식점 사장님은 음식물을 너무 많이 버려서 이다음에 죽으면 천당은 못 갈 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웃음)"

코로나19의 여파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 이상 식당을 운영할 수 없게 된 이 대표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는 '오래 할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런 그의 마음에 평소 가진 문제의식이 더해져 지난 6월 제로 웨이스트 숍을 열게 된 것이죠. 이제 막 발돋움하고 있는 산업인 데다, 주류 소비자를 겨냥한 업종도 아니어서 가게 문을 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업종에서 일해 본 적이 없었고, 친환경 제품들은 대기업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게 아니라서 좋은 물건을 골라 거래처를 하나하나 뚫어야 하는 게 많이 힘들었죠. 또, 이 일을 해서 큰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경제적인 부분이 걱정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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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진열된 친환경 제품. 2021.7.15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나 하나쯤'대신 '나 하나라도'

제로 웨이스트 숍의 대표가 된 이현자 대표의 일상은 그 이전과 비교해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결심을 한 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진 것이죠. 그는 '나 하나라도' 라는 마음가짐을 강조했습니다.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많이 충격적이었고, '나 하나라도 하면 달라질 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오늘 종이컵을 국민의 10%만 덜 썼다고 생각해 봐요. 이게 모이면 엄청난 양일 것 같거든요. 모두가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죠."

그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단순하고,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이현자 대표가 제일 처음 실천에 옮긴 건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꾸는 거였다고 하는 데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감도 별반 다르지 않아 대나무 칫솔에 금방 적응했다고 합니다.

"제가 일상에서 제일 처음 시작한 게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꾸는 거였어요. 우리 칫솔은 한두 달에 한 번씩은 다 바꾸잖아요. 그런데 칫솔은 100% 플라스틱인데, 이게 없어지는 시간이 사람의 일생보다 더 오래 걸려요. 또, 일회용품 줄이는 게 있겠죠. 사무실에서 물 한 잔 마시고 버리는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거나, 굳이 비닐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이중, 삼중으로 쓰는 행동을 고치는 것도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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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진열된 삼베 수세미. 2021.7.15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누군가는 "대나무 칫솔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몸에 익은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것도 사실 쉬운 게 아니에요. 맨날 닦아야 하고, 그냥 깜빡하고 나올 때도 있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일단 가격이 비싸고, 근처 마트에선 구입 할 수 없어서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죠. 이런 부분들은 차차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그는 조금씩 바꿔나가자고 제안합니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만큼.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죠.

"처음 플라스틱 제품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열광했겠죠. 가볍고, 가격도 저렴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과 동물, 지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닫게 됐잖아요. 몰랐으면 상관없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각자 조금씩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개개인의 실천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 모두가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도 해야 하고요."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오름 주소: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41-1. 영업시간: 낮 12시 ~ 저녁 7시 (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507-1464-5251. 천연 세제, 천연 비누,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실크·옥수수 전분 치실, 삼베 수세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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