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수 칼럼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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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 했던 팬덤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기호((嗜好) 수준을 넘어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운명을 결정할 정치 결사로 진화했다. 조국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진보의 표상이 감추어왔던 볼품 없는 민낯은 민망했다. 진보진영은 반성과 성찰 대신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표적으로 삼아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여당은 이를 민심으로 받들어 윤석열의 검찰을 박해했다.

서초동 공간에서 조국은 예수와 맞먹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유시민은 정경심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이라 주장했다. 이 공간에서 발언권을 얻어 조국 무죄를 외친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친 덕분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조국 팬덤이 같은 질량의 윤석열 팬덤을 창조했다. 윤석열이 여당의 표적이 되자, 갈 곳 없던 보수층과 중도층이 표적 뒤로 줄을 섰다. 권력 작용의 반작용이 현직 검찰총장을 대권 후보로 밀어 올렸다. 조국 팬덤이 검찰총장으로 끝났을 윤석열의 운명을 바꾸었다. 

 

팬덤 정당·정치지도자 운명 결정체로 진화
그러나 묵언 민심은 결정적 순간 훅 들어와


한국 정치는 맹신적인 팬덤에 갇혔다. 강력한 팬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팬덤의 정치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보장해 줄 인물에게 집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여당 팬덤 연합체들의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는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로 판단했고, 조국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조국 대체제로 지목했다. 이재명의 손가락혁명군이 여당 내 팬덤을 천하 통일했다.

확정된 권위를 허물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투표 집계를 시비 걸어 경선 불복에 버금가는 저항에 나섰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당 지도부가 경선 투표 결과를 수정해 결선투표를 결단하는 순간 당은 쪼개진다. 정치적 자살을 결단하는 바보는 이 판에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다. 무엇보다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희망봉으로 선택한 팬덤 연합체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이재명의 불경을 용서하지 못하는 문재인 팬덤도 야당에 지는 선택에 동의할 리 없다. 이낙연에겐 순종과 배신, 양자택일의 선택만 남았다.



의미심장한 건 민주당 경선 3차 슈퍼위크 결과이다. 지역 순회경선과 1, 2차 슈퍼위크에서 여유있는 과반을 질주했던 이재명이 3차 슈퍼위크에서 28.3%로 이 전 대표(62.37%)에게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참패했고, 그 바람에 과반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참패의 원인으로 모든 이들이 대장동 의혹을 지목한다. 숨어있던 민심이 마지막 순간에 이재명에게 경고등을 켠 셈이다. 침묵하는 민심이 이렇게 무섭다. 온갖 더러운 꼴을 보면서도 방관과 냉소로 침묵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깜빡이를 켜고 훅 들어온다.

이재명도 3차슈퍼위크서 참패 턱걸이 경고
그들은 이성적이고 냉철… 천만다행 아닌가

보수정당 국민의힘도 11월5일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해 본격적인 2차 경선의 막을 올렸다. 당내 다양한 팬덤들은 오로지 자기편 사람을 위해 헌신할테고, 팬덤의 규모가 승패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민주당 당심이 이재명을 선택했듯, 국민의힘 당심은 여전히 정권의 표적인 윤석열에 집중할 개연성이 짙다. 정권에 치를 떨고, 이재명이 무조건 싫은 보수진영의 팬덤에게 정권의 주적은 결집의 중심이다. 고발사주 의혹도, 처가 의혹도, 개그를 다큐로 만드는 대선캠프의 뻘짓도 상관없다. 이를 교정할 유일한 수단은 민주당의 3차 슈퍼위크처럼 민심의 개입뿐이다. 당원투표 50%보다는 일반여론조사 50%가 윤석열이 넘어야 할 스무고개일 것이다.

경선에서 잠시 몸을 푼 민심은 여야 후보가 확정되면 또다시 묵언 수행에 들어갈 것이다. 40% 안팎을 차지하는 거대한 침묵이다. 여론조사 설문 전화를 말없이 끊어버리는 사람들이다. 진짜 민심이 침묵하는 동안 맹목적인 팬덤이 활개를 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 줌에 불과하다. 대선판은 침묵하는 민심이 결정한다. 그들은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천만다행 아닌가.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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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isy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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