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업 트라우마센터 활성화 방안 시급하다

'직업 트라우마'란 대형산업재해 등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직·간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근로자가 불안 장애 등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동료의 자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성폭력, 정신적 피해 등 유형과 증상이 다양하다. 정부는 이 같은 사례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을 위해 '직업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전문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의 심리안정과 일상생활 복귀를 돕고 있다.

하지만 센터의 존재나 프로그램 운영 사실을 아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지난 2019년 처음 개소한 센터는 전국 13개소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동부와 서부, 북부, 부천 등 4곳에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도내 사고재해자 수는 2만4천930명이나 센터 이용자 수는 1천932명에 그쳤다. 사고 재해자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비율이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10.8%인 반면 사망사건·사고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 대부분이 아직 센터의 존재를 잘 모르거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낮은 사회적 인식 탓이란 분석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근로자들이 트라우마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아도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트라우마 노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용률이 저조한 것도 아쉽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상담자의 4.7%에 불과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트라우마 피해자 중 외국인 비중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상담사들은 센터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언어장벽이 높아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경기 북부센터에는 외국어 상담 서비스가 없어 정확한 심리 상담이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이와 함께 센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 사업재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사고를 수습한 노동자, 사건 책임자, 경찰까지 트라우마를 겪는다.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분노 등 부정적인 정서를 불러와 2차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들은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트라우마 센터를 확충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직업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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