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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반도체 부족이 낳은 중고차 시장 호황

반도체가 목줄 쥔 車시장… 없어서 못 사는 새車, 비싸도 잘 팔리는 중고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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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지금 사도 내년 여름에 나온다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신차를 사면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원하는 차량을 원하는 시기에 사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금, 소비자들은 비교적 빠르게 차량을 구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차 대신 중고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차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차종은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품귀→신차 출고 지연→ 중고차 수요·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장기적으론 신차와 중고차 시장에 모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 상승세 지속… 신차보다 비싼 경우도
얼마 전 중고차를 구입한 문지영(29)씨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와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씨는 "2017년식 주행거리 6만㎞인 아반떼 중고를 1천300만원대 가격으로 샀다"며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조건이면 1천만원 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거 같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세, 수년전보다 많게는 수백만원 올라
카니발·투싼 등 인기차는 새차보다 비싼 경우도

중고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의 얘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전보다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150만~300만원 정도 올랐다는 게 중고차 딜러들의 공통된 얘기다.

중고차 가격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의 11월 시세를 보면, 2018년식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는 최대 3천790만원에 이른다. 지난 1월 대비 308만원 오른 가격이다. 올 뉴 투싼도 1월보다 117만원 올랐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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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이 얼마 지나지 않았거나 인기 차종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엔카닷컴에 올라온 중고차 중 2021년식 기아 카니발 2.2 디젤 9인승 시그니처 모델은 4천690만원으로 신차(4천130만원)보다 500만원 가량 높았다. 2021년식 현대차 투싼 1.6 가솔린 터보 2WD 프리미엄도 3천99만원으로 신차 가격(2천690만원)보다 400만원 정도 비쌌다.

국민차매매단지 부천점 딜러 김진영(49)씨는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차들은 AS와 보증 기간이 남아있다. 일부 소비자는 연식 1~2년 정도의 중고는 신차보다 가격이 높더라도 그냥 새 차라고 생각하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신차 출고 지연이 중고차 가격 상승 견인
중고차 가격이 상승한 배경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고 지연'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신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가 발표한 '11월 국산차 출고 대기 기간' 자료를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5의 출고 대기기간은 약 8개월이다. 아반떼는 5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처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캐스퍼도 4개월 이상 출고를 대기해야 한다.

기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기 차종인 K5와 K8은 각각 4개월, 8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SUV차량인 스포티지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각각 9개월과 11개월을 기다려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제네시스 GV60은 지금 주문해도 1년 후에야 받아볼 수 있다. 
상승원인은 반도체 수급난 따른 '신차 출고 지연'
기본 수개월 기다려야 인도 받아… 중고로 발길
이런 상황은 신차 등록 규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데이터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등록 신차는 12만2천519대로, 지난해 같은 달 15만4천688대보다 20.8% 줄었다.

신차 구입이 힘들어지자 중고차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비교적 빠르게 차량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2019년식 카니발을 구매했다는 A씨는 "원래 타던 차가 노후 돼 차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신차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 중고차를 구매했다"며 "5년 정도 후엔 전기차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5년 정도 타다 전기차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 간석자동차매매단지 딜러 백지현(54)씨는 "최근 연식 3년 이내의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 차를 급하게 찾는 분들이 늦게 나오는 신차 대신 연식 적은 중고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수요 증가가 가격 증가로 이어지는 셈이다. 줄어든 신차 등록대수와 달리, 지난달 중고차등록대수는 31만4천53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 중앙자동차매매단지
수원에 위치한 한 중고차 매매단지의 전경. /경인일보DB

중고차 매물 부족으로 이어지나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대만 남부 지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지만, 2024년 정도에나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공장 폐쇄도 지속되는 실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만 TSMC의 새 공장 건설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TSMC 공급 의존…'반도체난' 당분간 지속 전망
'신차 품귀' 길어지면 중고차 매물도 결국 감소
시장 모두 어려워져… "車 반도체 내재화 필요"
전문가들은 신차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엔 중고차 시장도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차 출고 지연은 곧 중고차 시장 매물 감소로 연결된다.

새 차 구입 이후 타던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 차 구입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중고차 시장에 차량을 내놓는 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물 감소는 가격상승은 물론, 매물을 구하지 못한 중고차 딜러들의 수입 감소 등으로도 연결돼 결국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수급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신차와 중고차 시장 모두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는 내재화시킬 필요가 있다. 국가에서 일부 인센티브를 주고 국내에서 설계하는 등 내수를 어느 정도 보급해야 외부 변수에 따른 갑작스런 공급 부족 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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