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 지혜 담긴 K나물, 세계가 알아볼 때까지 도전"

'전통식품 명인 지정' 하늘농가 고화순 대표

고화순
나물로는 처음으로 '전통식품명인'에 선정된 고화순 하늘농가 대표는 "한국의 나물이 세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1.12.16 /하늘농가 제공

지천에 널린 게 나물이라지만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의 고화순(52) 대표에겐 그 어느 것보다도 특별하다. 삶의 동반자이면서 희망이기도 했다.

일곱 살, 외갓집에 잠시 맡겨졌을 때 외할머니, 외숙모를 따라 뒷산에서 고사리손으로 고사리를 뜯었던 게 시작이었다. 마치 놀이를 하듯 밥상에 오를 나물들을 만지고 조물거렸다. 제각각 맛을 내는 나물들이 좋았다. 특히 고사리 나물이 맛있었다.

고 대표의 어머니가 곳곳에서 뜯어온 나물을 말려 5일장에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장 어귀에 집이 있었기에 나물 흥정하는 소리를 들으며 키가 자랐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린 후 학교 급식 관련 업무에 종사하게 됐다.



어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여전히 나물을 캐고 도라지 농사를 지었다. 애써 기른 도라지를 판매할 곳이 없어 한숨 쉬는 어머니를 본 후, 고 대표는 학교 급식에 어머니의 도라지를 선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나물은 없는지 문의가 이어졌다.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좋은 나물들을 공수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였다. '하늘농가'는 그렇게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체를 꾸리면서 나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가정에서 쉽게 나물 요리를 접할 수 있도록 '레인지쿡' 제품을 출시한 것도 나물의 가치를 더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육류, 인스턴트 음식 위주의 식습관은 자칫 성인병 등을 유발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나물에는 건강에 좋은 각종 영양분이 많다. 그런데 나물을 먹고 싶어도 어떻게 손질하고 삶아야 할지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식품 전시회에서 시식 행사 도중 우연히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됐다. 그래서 고소한 나물 음식을 급속 냉동시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쉽게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쉽게 접할 '레인지쿡' 출시
특유 방식 볶음 고사리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가 목표


최근 고 대표는 고사리 나물로 '전통식품명인'에 지정됐다. 나물로 식품명인에 지정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고사리 특유의 아린 맛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한편 향미를 살리고 식감을 부드럽게 하는 고 대표만의 방식이 인정받았다.

그는 "외할머니부터 어머니, 저 그리고 제 자녀까지 4대가 생활 속에서 함께 해온 고사리 나물로 명인 지정을 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후 "나물을 먹는 것은 주로 동아시아쪽이다. 가을에 말렸다가 겨울에 먹는, 우리네 나물 음식에는 겨울철 채소 섭취가 어려웠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기도 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물은 우리 전통 식품의 대표격"이라고 나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 대표의 목표는 한국의 나물이 세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되는 것이다. 그는 "나물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K나물의 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해 주는 그날까지 열심히 도전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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