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이하 ICT)에서 항만 노동자가 지난 12일 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사고(2월16일자 1면 보도=인천컨터미널 인부 사망사고 "예견된 인재")와 관련해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노동 당국에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중대재해대응사업단(이하 노조)은 16일 성명서에서 "이번 ICT 중대재해는 지난해 평택항에서 발생한 고(故) 이선호씨 사고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항만의 모습을 확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항만사업장은 항만운영사가 선주·화주 등과 계약해 노동자들이 화물을 하역하는 곳이지만, 하역 업무 노동자 이외에도 고박업, 화물차주 등 다양한 노동자가 작업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하역사업자가 소속 노동자에 대해서만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게 돼 있어 이 같은 다른 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했다.
12일 숨진 항만 노동자 A씨도 항만운영사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컨테이너 고박업체 소속이었다.
노조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복잡한 고용 계약 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 와중에 항만업계와 해운업계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항만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동 당국이 철저히 수사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대응사업단 성명 발표
하역사 소속만 '관리체계' 구축
다른 업체 노동자는 '안전 사각'
한편,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관계자는 "숨진 A씨 소속 고박업체의 원청은 B해운인데, B해운은 현장에 사무실도 없고, 관리자도 없어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작업중단… 화주 민원 빗발
또 최근 ICT 일부 구역에 내린 작업 중지 명령 이후 화주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상황에 대해선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안전보건조치가 확보될 때까지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항만업계는 노동 당국의 작업 중지 명령에 따라 ICT로 들어올 컨테이너선들을 다른 컨테이너터미널로 이동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이미 ICT에 들어온 화물 약 1만5천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는 하역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항운노조 관계자는 "물류·유통업 종사자가 많다 보니 약속한 시간에 업무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작업 중지로 화물 운반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며 "생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작업 중지 명령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