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이재우 칼럼] 민주주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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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세계 많은 나라의 정치, 경제적 변화는 격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2021년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되었고, 일본 역시 총리가 교체되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서 새로운 정부가 출현할 것이다. 한편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는 민주화 항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은 21세기에도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확인해 주었다. 

 

많은 학자가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면서 정보의 교류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누구나 정보를 쉽게 얻게 됨으로써 열린 거버넌스를 표방하는 정부 체제가 발전하고 글로컬라이즈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민주주의는 더욱 심화하고 민주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의 다양성, 사회적 이념의 고착화, 주도권을 잡은 세력의 견고성은 민주주의가 저절로 확산할 것이라는 믿음이 순진한 생각임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량 키웠지만
아직 북유럽 선진국에 미치지 못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포퓰리즘의 득세,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국제 역학관계의 변화는 민주주의를 새롭게 되돌아보게 한다.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형성한 정치 체제 중에서 그래도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체제가 좋다고 하거나 나쁘다고 하는 것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고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인류 보편의 가치에 비추어 보면 한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선거에 의해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정치 체제보다 좋은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매해 '민주화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2021년에 우리나라의 민주화 지수는 16위로 전 세계에서 완전한 민주주의가 실현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우리나라, 대만, 일본이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로 평가되었다. 우리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믿고 있는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 조사 대상 167개국 중에서 20개 나라만이 완전한 민주주의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지수는 선거 절차 및 다원주의, 시민의 권리,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문화 등의 범주에서 지수를 계량화하여 구한다. 이 지수만 보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국민이 체감하는 우리나라의 민주화 지수는 이 정도일까? 지난 9일 끝난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분열과 투표 결과에서 나타난 여론의 분열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생각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아마 많은 국민도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외부 충격·내부 격동 일어나더라도
흔들리지않는 민주적 견고성 확보
시스템이 더욱 확고히 자리잡아야


국민이 느끼는 체감 민주주의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경제, 산업, 문화, 과학기술 등 사회의 많은 부문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거의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지만 유독 정치 영역이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거듭되는 소멸과 창당 과정에서 제대로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정당이 없듯이 정당 정치, 지방 분권 민주주의, 시민 민주주의, 민주주의 교육 영역에서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민주주의에 도달한 대부분의 북구 유럽 국가들은 다당제를 바탕으로 탄탄한 시민 민주주의가 확고한 나라들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민주주의를 흔드는 내외부적인 충격이 오더라도 견뎌내는 견고성이 뛰어난 국가들이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극우적인 선동 정치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선진국의 민주주의 역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주주의 역량을 키워왔지만, 국민의 민주시민 역량이 아직 북유럽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리질리언스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격동의 사건들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하였다. 이제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체화할 수 있는 시민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해져야 하겠다.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는 외부적인 충격 또는 내부적인 격동이 일어나더라도 민주 시민의 그러한 격랑에 흔들리지 않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민주적 견고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스스로 민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민주 시스템이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하겠다. 새 정부와 6월 지방선거는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건전한 정책 대결을 기대해 본다.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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