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개발과정 출신인 김동업씨. /시흥시 제공 |
"삶을 변화시키는 문화는 우리의 일부입니다."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개발과정 출신 1인 창작자 김동업(64)씨. 김씨는 최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시흥시 보육단체에 가서 이야기 할머니로, 지역마을 방송국 정이마을 방송국에서는 DJ로, 영유아 극 신작개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김씨는 시흥시가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개발과정'을 통해 영유아 공연 1인 창작자로 첫발을 내디뎠다."처음엔 내가 잘못 왔나 싶어 포기하려고도 했는데, 함께 했던 강사님들이나 동료들이 하나씩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응원해 줘서 빠르게 적응했죠."이야기와 공연이라는 미지의 세계는 김씨를 매료시켰다. 김씨는 이후 이야기 할머니이자 영유아를 위한 1인극 창작자로 다양한 유아교육기관에서 어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시흥시 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개발과정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줬다는 그는 "이제부터가 자신의 인생 2막"이라고 말했다.김씨는 "문화예술을 통해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이야기를 통해 세대 간 공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의미"라며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사업들이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시흥시가 생태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이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시민을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시민참여 사업은 관내 영유아 보육기관, 방송국 등에서 적극 활용되면서 실효성을 보이고 있다.코로나19 대응 문화혁신 사례인 '비대면 시민 원스톱 창작 시스템'은 지난달 '제5회 멕시코시티 국제문화상'에서 특별상(우수사례 지자체 BEST ACTIONS)'을 확정 짓고 본선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시민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흥시. 시가 추진하는 문화예술 사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시흥시는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 과정을 시작했다. 이는 시민이 극 창작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이를 통해 관내 영유아가 가까운 곳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로 4년째 맞는 과정을 통해 총 28편의 영유아극이 완성됐고 58명의 전문인력(엄마배우)이 육성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공연 관련 전문 배우가 아니지만 최근 시흥시 사설유치원, 어린이집, 아동시설 등에서 '엄마배우'들의 인기가 상당하다. 육아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아동의 언어와 감각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혼여성들이 엄마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직접 창작하고 연기하는 것이 그야말로 통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업을 통해 단순히 작품을 창작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차원을 넘어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작품을 통해 소통하며 지역문화생태계를 만들어 간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시는 최근 '영유아를 위한 공연 창작개발과정(2기)'을 마무리해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위한 신작콘텐츠 3편, 전문 인력(엄마배우) 13명을 양성했다. 앞으로 이들이 펼칠 무대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영유아를 위한 창작공연 준비과정. /시흥시 제공 |
시는 '삼삼오오 문화동네' 사업을 통해 동네 문화 향유 공간을 개발하고 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함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공간 운영자들은 자신의 공간을 취향 경험의 장으로 진화시켜 사람이 찾는 가게로 브랜딩하고 주민들은 집과 가까운 공간에서 다양한 취향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번 사업은 시민의 호응이 커 지속 운영을 결정했다. 1기에서는 서점과 스튜디오, 제로웨이스트숍 등 5곳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에세이 쓰기, 커피 탐구, 제로웨이스트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삼삼오오 문화동네는 안전한 만남을 통한 유대 강화와 일상의 활력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올해는 보다 다양한 커뮤니티 문화가 지역에 확산할 수 있도록 공간을 늘리고 활동을 다양화한다. 이미 정왕동과 배곧동, 능곡동, 미산동, 조남동 8개소에서 반려식물, 연극과 영화, 휴대폰 카메라, 육아맘, 심리코칭 등의 주제로 100여 명이 참여해 동네에서 손쉽게 즐기는 취미공유 커뮤니티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삼오오 문화동네 카페. /시흥시 제공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문화예술계는 침체에 빠졌다. 거리두기로 인해 공연은 축소되고 축제는 사라졌다. 시흥시는 모든 일상이 멈춘 상황에서 비대면 형식을 도입해 시민이 함께 예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했다. 상황을 뒤집어 예술의 영역을 전 시민으로 확장한 것이다.
시작은 지난 2020년 비대면 공공창작 프로젝트 '백 개의 시선, 하나의 시흥'이었다. 100명의 시민이 자신의 출생 달에 맞는 탄생화 도안을 제공받아 각자의 공간에서 개별 작품을 창작하고, 개별 작품을 모아 하나의 대형 모자이크 아트로 완성하는 프로젝트였다. 시민 반응은 뜨거웠다. 시는 같은 해 9월 백 개의 시선, 하나의 시흥 두 번째 프로젝트 시작을 알렸고 접수 시작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됐다.
지난해에는 호조벌 300주년을 맞아 시민 300인이 함께 만드는 설치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자수기법을 활용해 각 시민들이 개별작품을 창작했고 시는 이를 취합해 가로 3.5m, 세로 2.2m의 대형 호조벌을 만들어냈다.
호조벌 300주년 기념 시민 300명이 함께 만든 창작물. /시흥시 제공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시흥시의 실험은 시민의 뜨거운 호응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제5회 멕시코시티 국제문화상 특별상(우수사례 지자체)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주민들의 심리적 긴장감을 해소하고 이를 통한 공동체성 회복은 물론, 개인과 일상, 도시의 재발견으로 지역문화 생태계 활력을 위한 노력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임병택 시장은 "57만 시흥시민력으로 완성된 비대면 시민 원스톱 창작 시스템을 국제사회가 먼저 알아봐 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시민과 함께하는 차별화된 문화적 실험을 지속하며 문화가 생활이 되는 생태문화도시 시흥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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