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입력 2022-07-13 19:48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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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문화체육레저팀장
미국 프로야구 선수가 인쇄된 '야구 카드'는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에도 한 장의 야구 카드가 개인 수집가에게 약 600만달러(78억8천여 만원)에 거래돼 화제가 된 바 있다.

1914년 발행된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인쇄된 이 카드 한 장이 동시대에 인쇄된 어떤 종이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미국 프로야구의 '찐 팬'이 아닌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난해하다. 미국 프로야구 마니아들도 모두 공감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비단 야구 카드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이게 맞나' 싶은 가격표가 붙은 상품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 지난 2월 돌아온 포켓몬빵의 유행이 계속되면서 한때 빵 포장지 속에 숨겨둔 캐릭터 스티커가 1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1천500원에 판매되는 빵인데, 그 안에 어떤 스티커가 들었느냐에 따라 수십배의 프리미엄이 붙는 본말전도 현상에 여전히 물음표가 생긴다. 


문화계에 완전히 자리잡은 듯한 NFT시장
옹호론자들 "NFT 통해 작품 희소성 부여"


이제는 문화계에 완전히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는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이 역시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작품에 붙은 평가금액의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미술 시장에서 책정되는 가격이 언제나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 또 통상 미학적 가치보다 기술적 가치로 디지털 재화를 평가해온 관습 혹은 편견일 수도 있겠다.

최근 NFT와 관련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있는 데, 바로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이다.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NFT는 무한 복제 가능한 세계 속에서 강제로 희소성을 부여하고 화폐가치로 덧칠한 느낌까지 받았다.

아티스트 Pak의 작품인 'The Merge'는 지난해 12월 NFT분산형 시장 Nifty Gateway에서 9천180만 달러(1천204억8천여 만원)에 판매돼 역대 NFT 작품 중 판매가 1위를 기록했다. 검색만으로 어떤 그림인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검은 바탕에 흰 공 3개가 그려진 단순한 그림이다. 한화로 12자리의 숫자가 붙을 만큼의 아우라를 모니터로 느끼기엔 내 미적 감각이 부족하다.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는 자신과 친구 네 명의 방귀소리를 1년간 모아 NFT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약 50만원에 판매됐다는 소식은 지금 NFT시장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짐작케 한다.

NFT 옹호론자들은 NFT를 통해 작품에 희소성이 부여된다고 설명한다. 또 가상의 조각으로 나눠 다수의 사람들이 소유하면서 적은 금액으로도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0과 1이 나열된 디지털 재화에 또 다른 숫자(고유번호)가 붙었다고 모두가 희소성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수의 사람들이 작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의문이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상태 아닐까.

판매 거듭해 가격만 올리는 건 아닌지 의심
"단지 소유권 나타내는 디지털 문자의 나열"


결국 미적 가치를 떠나 기술적으로 판매에 판매를 거듭하며 가격만 올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에 찬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가 경기에 따라 미래 통화에서 도박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사례만 보더라도 NFT 예술품 시장은 모래성처럼 불안하게 보인다. 작품 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닌 가격이 중요한 본말전도의 시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일반인에게 큰 쓸모가 없는 금속인 금이 시장에서 가치 저장수단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NFT가 미술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작품이 담긴 고유의 미적 가치를 떠나 경제적 관점으로만 작품을 접근하게 된다면 NFT가 되레 미술품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영화감독 라미네즈 말리스의 "NFT는 방귀조차 뀌지 않고 단지 소유권을 나타내는 디지털 문자와 숫자의 나열일 뿐"이라는 비판을 곱씹어본다.

/김성주 문화체육레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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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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