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 추석에 무슨 얘기를 나누셨나요

입력 2022-09-12 19:43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13 19면
권순정_-_오늘의창.jpg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기자의 시댁은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이다. 다행히 수재를 피했지만 인근 시장은 주요 피해지역 중 하나였다. 추석을 맞아 내려가니 물에 잠겼던 시장 주변으로 여전히 접근금지 노란색 줄이 쳐졌고, 소방차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하 기계실 및 창고 등의 물을 뽑아내고 있었다. 배수작업 막바지였던 셈이다. 그날 오후 금줄을 거두고 차량 통행이 재개됐지만 일상으로 돌아오진 못했다. 시어머니는 자꾸 올라가는 추석 물가에 당일에 닥쳐 성수품을 준비하면 좀 나으려나 싶어 머리 쓴 소비자들이 홍수로 살 물건이 없어 차례상을 준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구룡포가 고향인 큰 형님도 안타까운 소식을 들고왔다. 식육점 냉장고가 쓸려갈 정도의 태풍 위력, 상인들이 추석 대목을 위해 떼어놓은 고기를 모두 포대에 버린 일, 상수도가 망가져 흙물이 쏟아져 나오고 밥을 해 먹을 수 없어서 인근 편의점 도시락이 동나는 등 힌남노가 지나갔다는 뉴스 이면에 감춰진 실상을 낱낱이 들려줬다. 지하주차장에서 인명피해가 난 그 아파트에 사는 친구의 소식, 그 아파트 옆 범람한 냉천의 정비사업은 수재의 원인을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

그런데 이 어디에도 정치는 없었다. 추석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대비를 했었다. 야당의 당 대표 기소를 두고 추석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으려는 노림수란 분석이 다수였다. 야당의 영부인 특검법 발의도 같은 해석이 뒤따랐다. 추석 밥상에 밉상은 자당만이어서는 안된다는 계산이었을 터.



하지만 정치권의 이름 중 유일하게 등장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뿐이다. 구룡포가 피해복구가 더딘데 그 지역 사람들은 대통령이 구룡포를 다녀가지 않아서라고 원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국회 패싱. 양당 모두 밉상이어서 패스하는지, 아니면 너무 의견이 갈려 가족 간 불화가 싫어 패스하는지 모르지만, 양당이 추석을 맞아 준비한 것이 민생과 전혀 관련이 없어 등장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이 등장한 단 한 번의 순간조차 수해복구와 연관 지어서니 말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권순정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