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죽어가는 대학

입력 2022-09-18 19:1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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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이 땅의 대학은 죽음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죽었으되 죽지 않은 화석이 되어 여전히 살아있는 듯이 착각하는 한국의 대학, 좀비처럼 게걸스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대학은 너무도 슬프다. 그 안에서 내일을 향해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여전히 연구와 교육에 헌신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허덕이고 있다. 대학의 죽음이야 상관할 바 아니지만 살아있을수록 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모습은 나를 슬프게 한다. 이로써 이 사회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가야할 곳을 잃은 채 방황하는 것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진리와 정의 따위의 말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현실이 아프다. 한 줌 정치권력을 움켜쥔 정책 당국자들이 대학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사학운영자를 비롯한 대학 권력을 움켜쥔 그들, 그러나 대학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단 하나의 이해도 가지지 못한 그들이 이 죽음을 재촉한다. 그 뒤에는 우리 공동체를 단지 경제적 이익 집단으로 간주하는, 이 나라의 경영주체들이 젊음과 연구의 열정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  


사학 운영자들 자신 소유물로 착각
허황되고 화려한 자본 논리에 종속
살아있는 열정을 죽음으로 내몰아


경제는 수단임에도 그것이 목적인 양 착각하는 그들, 좀비처럼 화석이 되어 게걸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인 양 착각하는 그들, 젊은 열정과 미래를 다만 수단으로 착취하는 그들이 이 죽음의 가해자이다. 다만 대학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듯이 착각하는 사학 운영자들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 그들은 다만 외적 성장의 수치와 현실적 운영을 명분으로 그나마 살아있는 열정을 죽음으로 내몰아 간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과 정치권력은 그들이 대학의 목적조차 갈아치울 수 있는 듯이 행동한다. 이 사회는 그들 무지렁이들이 무슨 커다란 권위라도 진 듯이 착각하여 그 텅 빈 논리를 맹종한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담보 잡힌 채 대학이 마치 삶의 보증이라도 되는 듯이 굴종한다. 대학이 죽으면 규범이, 지식과 진리가 죽는다. 죽었으되 죽은 줄도 모르는 대학은 지금도 자본의 화려한 불빛에 현혹되어 허황된 옷을 입고 빛나는 화장으로 삶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수치놀음을 학문의 기준으로 착각하는 이 사회, 쓰레기 같은 'yuji' 논문을 쓰레기라고 말하지 못하는 국민대 교수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자신의 한 줌 이익에 매몰된 지식인이 이 죽음을 분식하고 있다. 이 현실을 성찰하지 못하고 자신의 열정과 연구가 대학의 전부인 듯이 착각하는 연구자들도 여기에 일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사회는 경제라는 아편에 사로잡혀 대학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취업준비기관이 된 대학은 삶을 자본의 늪으로 끌려가고 있다. 수치로 서열화된 대학은 중등교육을 입시교육으로 몰아간다. 대학 교육은 자본이라는 허상에 잠겨 죽어간다. 자신의 죽음을 모르는 대학은 살아있는 진리와 생명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차라리 죽었으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만 죽은 지도 모르는 자들이 끊임없이 이 죽음을 합리화할 뿐이다. 열정이 사라진 자는 생명을 썩혀갈 것이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는 그들은 김혜순의 시처럼 '내일 묘비에 새길 근사한 한 마디 쩝쩝거리며 관 뚜껑을 스스로 끌어올린다'. 대학의 목적을 자본과 성장 논리에 종속시키는 자들은 경제라는 근사한 한마디를 쩝쩝거리며 그 관 뚜껑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 나무가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이들은 여전히 이 죽음을 경고하면서, 사람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진리와 삶을, 올바름과 정의를, 삶의 현재와 내일을 위해 외칠 것이다. 자본과 권력은 그들의 가치를 정면으로 뒤집는 열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모든 것 경제수치로 따지는
허상에 맞서 진리·학문·교육 외쳐야


좀비의 살아있는 심장이 자신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할 때 오히려 그 게걸스러움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듯이, 살아있는 이 열정이 좀비의 심장이 되지 않으려면 죽어가는 대학을 위해 싸워야 한다. 모든 것을 경제 수치로 환산하는 그들의 허상에 맞서 진리와 학문, 교육을 위해 외쳐야 한다. "학문과 진리는 너희들이 비웃어도 좋을 그런 것이 아니다." 대학은 죽지 않는다. 이 열정을 드높여 학문을 위해, 그것을 지켜내는 진리의 자리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진리는 웃음거리가 아니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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