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 큰 동물 기피… '축' 잃는 축산업

입력 2022-09-19 20:41 수정 2022-09-20 15: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20 1면
축산업 발전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대(大)동물 수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업무 강도가 높으나 소(小)동물에 비해 급여가 적고, 농장이 대부분 농촌에 위치해 젊은 수의사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동물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대동물수의사를 '공수의사'로 의무등록하는 등 양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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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발전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필수인력인 대동물 수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라 양성을 위한 실질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오전 한 대동물 수의사가 화성시 장안면 축산농장에서 젖소들을 진료하고 있다. 2022.9.19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4120(소 번호), 임신이요

19일 오전 8시께 찾은 화성시 장안면의 한 젖소농장. 권순균(57) 홍익동물병원 원장을 비롯한 3명의 대동물수의사가 젖소 120여 마리의 상태를 살폈다.

수의사 2명은 소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잡고 임신 여부를 감정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검진일마다 수의사들은 농가가 일정한 착유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젖소들의 임신을 감정하고 수정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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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동물수의사가 화성시 장안면의 젖소농장에서 젖소들을 진료하고 있다. 2022.9.19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권 원장과 같은 대동물수의사들은 정기적으로 대동물을 관리하고 난산 등 응급상황에 대처하며 축산업 발전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필수인력'인 대동물수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도수의사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경기도의 등록 수의사는 3천880명이지만, 대동물수의사는 이중 약 4%인 165명뿐이다. 수의사들은 대동물 대신 반려동물 등 소동물을 선택하는 추세다.

경기도 등록 수의사 3880명중
'축산업 필수' 대동물 수의사 4% 불과
지방 근무-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다치는 일도 부지기수 '외면'

대동물의 특성상 근무처가 지방이라는 점과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가 '대동물수의사 기피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대동물 치료에 소동물에 비해 50배가 넘는 약품이 투입되지만, 젖소 한 마리 당 가격이 10만원 이하로 책정돼 진료비를 그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권 원장은 "수의대 학생들은 대부분 대도시 출신인데 대동물 특성상 지방, 시골에서 근무해야 하니 신규 진입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차를 타고 방문 진료해야 해 매번 출장비가 들고, 대동물 치료에 고양이 100마리를 치료하는 것보다 많은 약품이 투입되지만 진료비는 더 낮게 받는다"고 말했다.

덩치가 큰 동물들을 상대하다 보니 다치는 경우도 있다. 권 원장은 지난 해 12월 소를 진료하다 뒷다리에 무릎을 맞아 부상을 입고, 한 달 뒤 대동물수술을 하다 같은 부위를 또 다시 다쳐 재활 중이다.

무엇보다 축산업 등 1차 산업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며 젊은 수의사들은 진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으로 폐업 농가가 늘면서, 수의사들의 일거리도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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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동물병원의 권순균 원장이 화성시 장안면의 젖소농장에서 젖소들을 진료하고 있다.2022.9.19/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이대로 5~10년 지나면
대동물수의사들은 정말 사라지게 된다
정지혁(35) 수의사는 "원래 120농가를 담당했는데 90농가로 줄었다"며 "나라에서 1차산업 자체를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한다. 사양산업인데 누가 진입하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대동물수의사를 가축전염병 예방 업무를 맡는 '공수의사'로 등록하는 등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 원장은 "산업동물 의사들이 병원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게 전원을 공수의사로 지정해 월 활동비를 지급하고 공익적인 업무를 보게 하면 젊은 수의사들의 진입이 많아질 것"이라며 "지금도 대동물수의사의 70% 이상이 50대 이상인데, 이대로 5~10년 지나면 대동물수의사들은 정말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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