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국내 최초 자폐 장애인 교수' 윤은호 한양대 전임연구원

우영우는 판타지 아냐… "자폐인 목소리, 더 많이 정책 반영해야"
입력 2022-09-20 18:57 수정 2022-09-21 12: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21 14면

윤은호 (2)
윤은호 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위원을 최근 그의 모교인 인하대학교에서 만났다. 그는 "자폐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근 종영했다. 자폐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종횡무진 활약상 하나하나가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었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남긴 성과는 뚜렷했다. 자폐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영우는 판타지다", "우영우 같은 사람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자폐 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자리에 오른 윤은호(35) 한양대학교 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우영우는 환상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2022092001000653000029922

윤 연구원은 35년째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가족들은 윤 연구원이 2살이 될 무렵 자폐 장애를 알게 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자폐 장애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그의 학창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윤 연구원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진학해 교육을 받았다.

윤 연구원은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당할 수 있는 학교폭력을 여러 번 경험했다"며 "학교폭력을 피해 남자중학교에서 남녀공학인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순탄치 않은 학창시절… 일반학교 진학해 학교폭력 여러번 경험
인하대에서 은사 백승국 교수 만나 창의성·역량 발휘 기회 얻어


쉽지만은 않은 학교생활이었지만 목표는 확고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들어와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지난 2005년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 입학했다.

캠퍼스 생활에 물들어 갈 학부생 2학년 때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인 백승국 교수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윤 연구원은 백 교수의 영향으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백 교수는 윤 연구원이 가진 문화콘텐츠에 대한 창의성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윤 연구원은 대학원에서 송도 워터프런트 공간 활용 방법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윤 연구원은 "문화콘텐츠를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게 내 연구과제이자 목표였다"며 "교수님 조언에 따라 인문학을 실용적인 학문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8월 국내 자폐 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졸업 후 철도신문 기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인턴직을 거쳤다. 윤 연구원은 "취업 문을 뚫기가 참 어려웠다. 철도신문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았고 진흥원은 정규직 일자리는 아니었다"며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큰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윤은호 (3)

그러다 지난 2019년 백 교수의 권유로 모교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겼다. 국내 최초로 자폐 장애인 교수가 된 것이다. 초빙교수로 임용된 윤 연구원은 같은 해 9월 '심리학과 웰니스 콘텐츠' 강의를 맡으며 처음 학생들 앞에 섰다.

그는 처음 교단에 섰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처음 학생들을 마주했을 때는 설레기도 했고 자부심도 컸다"면서도 "자폐 장애인 최초 교수로서 남모를 책임감과 부담감도 섞여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사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여러 나라에는 이미 자폐 장애인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학회가 있고, 의사 등 전문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자폐 장애인의 고등교육 문턱이 높다"고 견해를 밝혔다.

003.jpg

윤 연구원 역시 자폐 장애인이 나오는 우영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한다. 그는 '우영우'라는 존재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시각을 안타까워했다. 윤 연구원은 "우영우는 판타지가 아니다. 자폐 당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력과 다양성이 중요하다. 자폐 장애인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이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정부기관과 사회가 자폐 장애인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 제2, 제3의 우영우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기관·사회가 나서 교육 제공하면 제2, 제3의 우영우 나올것
편견 벗어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포용… 사회 다양성 확대 바라


그는 이달 초 인하대학교를 떠나 한양대학교 후견신탁연구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정든 모교를 떠나는 결정에 한때 망설이기도 했지만, 자폐 장애인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에 마음이 동했다고 한다. 윤 연구원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삶이 참 치열하다. 할 일이 많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후견신탁연구센터에서 자폐 장애인 생애와 관심사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인하대학교서 마무리하지 못한 '국토위성 정보개발사업'의 문화콘텐츠화 작업도 끝마치고 싶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녹여 자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철도에 관심이 많았다. 윤 연구원은 철도기관사에 도전하며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철도기관사나 항공기 조종사가 된다면 많은 자폐 장애인들이 나를 보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을 것"이라며 "자폐 장애인들이 잘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했다. 윤 연구원은 관련 논문과 책 등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기록해 나갈 생각이다.

윤은호 (1)

그는 자폐 장애인 정책 마련을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윤 연구원은 "자폐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은 마치 '다차방적식'과 같다.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자폐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때 자폐 장애인 당사자보다 부모들이나 제3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자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해 정책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연구원은 "많은 분이 열린 생각, 열린 마음으로 자폐 장애인을 바라보며 사회적 편견을 벗어버리고 포용했으면 한다"며 "자폐 장애인을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보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윤은호 전임연구원은?

▲1986년 인천 출생
▲1993~2005년 인천동부초·인송중학교·송도고등학교 졸업
▲2016년 국내 자폐 장애인 최초 박사 학위 취득(문화경영학)
▲2019년 국내 자폐 장애인 최초 초빙 교수 임명(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2022년 한양대 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


2022092001000653000029926



경인일보 포토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변민철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