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창간특집

[창간 77주년·분권, 그 이후의 자치] 파견으로 채운 사무국… 홀로서지 못하는 지방의정

지방지차법 전부 개정안 시행… '지방의회 독립' 현주소
입력 2022-10-06 19:49 수정 2022-10-07 08:16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0-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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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포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자치단체마다 후속조치에 지금도 분주하다. 지난 1995년 민선 자치체제가 출범한 이래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행정환경을 고려, 자율과 책임을 한층 강화한 내용으로 32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됐다.

핵심은 '획기적인 주민주권 구현'과 '자치단체 역량 강화 및 자치권 확대', '자치단체 책임성·투명성 제고' 등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 체감하는 큰 변화 중 하나가 '지방의회 독립'이다.

인사권 확보·정책 전문인력 채용 가능
행정편의 아닌 시민중심 입법 기대모아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국 직원에 대한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인사권이 독립됐다. 기존에 시·군·구청 인력 순환근무로 꾸려졌던 사무국을 의회 전담인력으로만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회에 상주하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연구·분석하는 이들을 통해 지방의회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행정편의주의에 맞선 '시민 중심 입법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방의회 전문성 제고, 시민 중심 입법활동 실현될까
지방자치는 '자치분권'과 '주민자치'를 합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자치분권은 행정권력을 지방과 나눈다는 것, 주민자치는 주민 스스로 자기 지역의 일을 결정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시민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자율성 강화는 자치분권과 주민자치의 개념을 모두 아우르며 지방자치를 완성해 가는 중요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추진될 당시 지역에서는 지방의회의 역할 확대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실은 아직 사무국 인사권 분리 안돼
'전원 집행부 파견 인력' 의왕시의회 등
"지방행정 이해 필요" 전담 채용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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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전경. /경인일보DB

그러나 지방의회의 진정한 독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의회사무국이 여전히 집행부 인력을 파견받는 형태로 운영되는 등 인사권이 온전히 분리되기 위해서는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의왕시의회 사무국은 현원 17명 전원이 집행부 파견 인력이고 안양시의회는 현원 40명의 약 70%에 달하는 27명, 시흥시의회는 25명 중 절반을 훌쩍 넘는 17명, 광명시의회는 25명 중 16명, 남양주시의회는 32명 중 17명, 파주시의회는 26명 중 13명, 화성시의회는 48명 중 21명, 군포시의회는 21명 중 10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이뿐 아니라 김포시의회 사무국은 주요 3개 팀장이 전부 집행부 파견 직원이고, 동두천시의회 사무국은 의회사무과장과 수석전문위원 등 고위직이 파견으로 채워져 있는 등 다수의 의회에서 전담인력과 파견인력이 혼재돼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로 일선에서는 의회 전담직원의 신규 채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경기 북부지역 지자체 행정부서 관계자는 "신규인력은 의정은커녕 기본적인 지방행정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상당한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아마 지방의회마다 신규인력 채용을 최소화하고 집행부 직원들의 전직신청을 유도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집행부 직원들 입장에서 평생 몸담은 조직을 떠나 의회 전담인력으로 전직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 전직 방식만으로 인력을 충당 못 하는 건 당연하다. 결국 집행부 인력을 파견받아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도기…제자리 찾고 인사권 독립 효과 나타날 것"

새 시스템이 지방의회에 안착하는 데 있어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처우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광역의회는 6급, 지방의회는 7급 상당의 대우로 채용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직급으로는 숙련된 전문인력을 영입하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그중에서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자체는 구인에 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북부와 동부지역 여러 지방의회가 정책지원 인력 채용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안양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경력을 인정해주는 범위가 다르다"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자체는 경력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자체는 인정해주는 경력의 범위가 넓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의회사무국 팀장을 지낸 바 있는 한 관계자는 "중소규모 지방의회는 사정이 비슷할 것 같은데, 지원자 중 지자체·공공기관에 조금 근무한 이력이 있다거나 국회 인턴 수준에 가까운 경력만 있어도 그나마 괜찮은 축에 속한다"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고용형태를 달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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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경인일보DB

광역의회 6급·지방의회 7급으로 대우
전문직원 영입 어려움, 과도기 불가피
"지방자치 핵심, 의회 제 역할 하는 것"

지방의회에 새롭게 적용된 시스템은 한동안 불완전한 형태의 과도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그 취지에 십분 공감하고,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에 권한과 책임, 자율성을 더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의정부시의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지 얼마 안 돼 지방의회가 독립기관으로의 역할과 위상을 갖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시의회는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때로는 집행부와 다른 의견을 내면서 견제를 한다. 과거에는 행정기관에 맞춰 시민들이 따라갔다면 이제는 시민이 주체가 돼야 하고 그러려면 시의회의 권한과 위상이 커지는 게 맞다"고 했다.

지방의회 분야 교과서로 통하는 '지방의회 운영'의 저자 최민수 국회의정연구원 교수는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회 구성원인 의원들의 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지방의회 지원조직이 독립되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이어 "현재 지방의회 지원조직은 과도기이므로 조만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의회 인사권 독립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성·김도란·이원근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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