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 가격 내렸는데 떡장수 '한숨'… 경제위기 딜레마에 가격표만 '만지작'

입력 2022-09-30 18:00 수정 2022-09-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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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모란시장 기름골목에서 판매 중인 각종 잡곡류들. 2022.9.29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쌀밥을 짓는 멥쌀뿐 아니라 떡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찹쌀 가격도 덩달아 마이너스를 향해 질주하고 있으나, 정작 찹쌀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떡 장수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29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찹쌀 40kg당 도매 평균 가격은 2020년 11만6천556원, 2021년 13만817원, 2022년 11만270원으로 잠깐 오른 뒤 18%가량 떨어지며 재작년보다도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높아지면서, 찹쌀값 하강세는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흔히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 이를 가공한 뒤 완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업종들은 수혜를 보곤 한다. 판매가격은 똑같은데 재료비는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찹쌀로 떡을 제조하는 떡집과 노점 판매상들은 "찹쌀은 값이 낮아져도 찹쌀가루를 비롯한 각종 부자재 가격은 되레 올라 차익을 보는 건 언감생심"이라 이야기한다.

실제 이날 방문한 성남 모란시장 기름골목에서 찹쌀가루는 1봉지(250g가량)당 4천원에 거래됐다. 지난해에는 3천원대에 판매됐기에 천원가량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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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모란시장에서 문모씨가 직접 빚은 떡들을 내놓고 있다. 2022.9.29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쌀농사를 짓다 현재는 기름집을 운영한다는 한 상인은 "가격을 결정하는 건 쌀 그 자체가 아니다. 찹쌀을 가루로 만들려면 기계에 넣고 빻아야 하는데, 기계 비용이랑 노동력을 생각해야 한다"며 "게다가 찹쌀은 일반 쌀과 달리 주식이 아니라 재배 자체도 적게 해 귀하다"고 설명했다.

찹쌀가루 가격이 뛴 것과 더불어 콩, 들깨, 참깨 등 기타 곡물 가격이 오른 점도 매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새벽부터 빚은 떡을 가져와 모란시장 입구 근처 노상에서 파는 문모(70대 후반)씨는 "요즘 콩도 한 말에 8만원이다. 다른 떡은 2천원에 팔아도 인절미는 3천원에 파는 이유"라며 "찹쌀 가격이 내려도 가루는 별반 차이 없고, 다른 물가도 올라서 오히려 떡 가격을 더 받아야 조금이나마 남겨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공급대비 수요가 적다고 값을 내리기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디저트류인 떡은 필수재가 아닐뿐더러, 경제위기 상황 속 물가 상승률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탓이다.

상인들은 이래저래 딜레마에 처했다고 토로한다. 모란역 인근에서 18년째 떡집을 하고 있다는 정모(60대)씨는 "떡 케이크 같은 퓨전 말고, 전통 떡집은 인기가 없다. 답례품 문의도 전성기에 비하면 50% 넘게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어떻게 올리나. 떡은 밥처럼 매일 먹는 게 아니라 간식이다 보니, 일정 가격을 넘어서면 아예 구매를 안 하려 할 거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지난해 1인당 연간쌀소비량은 56.9kg으로,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kg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수십 년째 하락하는 실정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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