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진실 규명과 정치보복

입력 2022-10-25 19:1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0-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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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프레임이 한국정치 주변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지난 정권을 보복하기 위해 없는 혐의를 조작하고 과장하여 반대 정당을 묵살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다. 불법을 저질렀느냐의 여부가 핵심인 사건에서 수사 전체를 정치보복으로 보는 건 설득력이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면서 민주당은 야당탄압과 정치보복이라며 전 당력을 동원하여 검찰 수사에 맞서고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장동 사건 뿐만이 아니라 서해공무원피격 사건, 북한어민북송사건 등도 지난 정권과의 연관하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정권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여야간의 전면전도 불가피해졌다. 대장동 사건과 북한 관련 사건들이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하게 된다면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단적 대치로 치닫게 된다.



지난 정권과 관련한 수사가 정치 전체를 규정하는 현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여야의 적대적 대치가 일상이 된 지는 오래지만 여야의 대립이 지금처럼 수사와 관련하여 전방위적 전선을 형성한 것은 그 예를 찾기 어렵다.  


서해공무원 피격·탈북어민북송·대장동 사건
각기 다른 성격 사건수사 '보복이냐'가 문제

 

수사와 정치 모두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황이다. 서해공무원피격 사건과 탈북어민북송사건, 지난 대선을 관통했던 대장동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러한 사안을 보는 몇 개의 관점이 있다.

첫째, 각기 다른 성격의 사건 수사가 과연 지난 정권에 대한 보복이냐의 문제다. 한국정치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이 부단히 작동하고 있고 실체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를 규정하는 주요변수가 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박 정부에 대한 무수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이를 둘러싼 진영간 대결은 정치의 상수가 되었다. 그리고 보수정권이 다시 들어섰다. 박근혜 탄핵에 절망했던 보수가 다시 권력을 차지함으로써 박근혜 탄핵, 조국 사태 등으로 서로 정권을 주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보간의 실질적 대치는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이루어지는 전 정권 수사를 보복이란 프레임이 아니고, 전 정권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수사의 정도(正道)를 행하지 않은 것이란 관점에서 볼 때 사물의 형체를 파악할 수 있다. 전두환과 노태우 수사는 정치보복이 아니지 않은가.

둘째, 야당이 사건 수사를 탄압과 보복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여야 대립이 진영 대결을 수반하면서 이념과 색깔론이 동원되고 민심이 갈라지고 극단적 지지층이 결집하는 퇴행이 언제까지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세기말적 정치수법으로 화석화된 시대착오적 진영정치가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다. 태극기 집회, 조국 사태 때의 촛불집회가 한 뼘의 접점도 없이 진영대결을 고착화시켰고 반지성적이고 반정치적인 집회들에서 극단적 구호가 난무한다. 정치권은 이를 수단으로 적대적 대립을 구조화하고 있다.

셋째, 한국정치는 정치이익에 매몰된 정파들의 편향으로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여야가 수사 관련 정치공방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이다.

넷째,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 정권과 현 정권과의 대결로 구도화된 상황이 정치 자체를 실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대결 정치가 다른 비정치적 민생 쟁점마저 집어삼키고 블랙홀의 정치는 정치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든다.

한국정치, 정파들 이익 편향에 한치앞도 못가
여야, 수사 검찰에 맡기고 공방 자제 합의를


이쯤에서 여야는 수사를 검찰에 맡기고 사건 관련 공방 자제를 합의해야 한다. 특검은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다. 대장동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제 검찰 수사가 제 궤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지만 결국 혐의가 나타나고 있는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본질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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