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떡볶이 먹방'

입력 2022-11-16 19:5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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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주식인 쌀로 만든 떡과 유일무이한 전통 양념 고추장의 조합에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는 짧다. 마복림 할머니가 1953년 신당동에 좌판을 놓고 팔던 떡볶이가 원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당동 일대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던 떡볶이가 각광 받기 시작한 건 쌀 자급과 밀이 흔해진 산업화 시대부터다.

떡볶이의 장점은 간단한 레시피와 저렴한 원가이다. 손 맛에 자신이 있으면 누구나 떡볶이 가게를 차릴 수 있고, 집집마다 고유한 레시피로 즐길 수 있다. 개방적 레시피는 떡볶이의 가치를 한껏 확장시킨다. 라면, 어묵, 만두, 차돌박이, 치즈 등 거의 모든 고형 재료를 품는 넉넉함으로 계층과 국경을 초월한다. 한국인이라면 세대 불문하고 마음 속에 추억을 길어 올릴 떡볶이집 하나쯤은 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적 사랑 때문인지 떡볶이는 논란도 화제도 많다. 쌀떡파와 밀떡파의 신경전은 유구하고, 유튜브에는 떡볶이 순례자들의 체험 영상들이 넘쳐난다. 부산 사람들은 가래떡의 원형을 유지한 떡볶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대구 사람들은 납작만두를 곁들이는 떡볶이를 최고로 친다.



공론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의 주인공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다. 떡볶이를 정크푸드로 격하하면서 찬반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랬던 사람이 떡볶이 광고에 출연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때 황씨와 떡볶이 먹방을 찍었다가 제대로 유탄을 맞았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한창이던 시간에 먹방을 찍었다 해서 정치적 곤경에 빠졌고, 결국 사과했다.

최근 황교익-이재명 먹방 사고를 능가하는 떡볶이 먹방 사고(?)가 발생했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떡볶이 먹방 광고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가 국민적 공분에 직면했다. 일전에 현장 확인도 없이 한동훈-윤석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했던 바로 그 채널이다.

더 탐사는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물의를 일으켰다. 명분은 진정한 조의였다. 하지만 빈소에서 떡볶이 좌판을 벌인 셈이니 유족들이 느꼈을 모욕감을 가늠하기 힘들다. 유족에겐 희대의 떡볶이 참사이다. 정치권에 떡볶이 먹방 주의보가 뜰지도 모르겠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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