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시대의 그늘·(上)] 열악한 처우·불안한 고용

전문업무 보람속 낮은 급여… '탈심리' 꿈꾸는 상담사
입력 2022-11-21 20:09 수정 2022-11-21 21: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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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상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하루하루 높아지나 '공급자'인 심리 상담사들은 마냥 웃지 못한다. 열정과 직업적 소명감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사진은 한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이 진행 중인 모습. /경인일보DB
 

코로나19, 10·29 이태원 참사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마다 생채기가 남았다. 이에 정서적인 불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 상담소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심리상담업계는 거꾸로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있다.

경인일보는 심리 상담사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청해 들으며 한숨의 이유를 톺았다.

"오히려 심리 상담사에게 상담이 필요하다.", 심리 상담사와 상담심리학 준비생 사이에서 나오는 자조적인 농담은 의미심장했다. 변하지 않는 열악한 수준의 처우, 법적인 보호도 규제도 없는 '공백 지대'인 업계 상황 등이 수면 아래서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 편집자 주

'트라우마, PTSD…', 심리학 전문 용어는 이제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만큼 본인의 심리상태를 자각하고 심리상담소에 문을 두들기려는 수요층도 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2021년 2분기)'에 따르면 일반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0년 3월 29.9%, 2020년 12월 41.4%, 2021년 3월 50.5%, 2021년 6월 50.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돈 들여가며 고된 수련에도
계약직·프리랜서 연봉 3천만원↓
공공기관·기업 직무 이해도 낮아

심리 상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하루하루 높아지나 '공급자'인 심리 상담사들은 마냥 웃지 못한다. 열정과 직업적 소명감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지난 7일 수원시 인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모(29)씨는 이곳에서 일하며 상담심리 대학원 입학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원 학비 외에 드는 추가 비용을 어느 정도 마련해 놓기 위해서다.

상담심리 석사과정이 진행되는 2년 반에서 3년여 기간 동안 수입은 '제로'에 가깝다. 윤씨는 "먼저 석사 과정에 들어간 친구들이 대부분 빚을 지고 공부하고 있다. 학회 세미나에 참석하고, 수퍼비전 받고 그러면 한 학기에 600만원 정도 나간다"고 이야기했다.

수퍼비전은 수련생이 상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수퍼바이저)에게 자신이 진행한 상담 내용을 피드백 받는 활동이다.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고, 상담 내공을 쌓기 위해서는 최소 10회 이상의 수퍼비전 내역이 있어야 한다.

일선 상담사들은 고된 수련 과정을 떠올리면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나, 막상 상담사가 된 뒤의 처우 수준은 그간의 고생에 비해 극히 낮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심리 상담을 2년째하고 있는 김모(30대·김포)씨는 "개인 상담소를 차리지 않는 이상 내담자(심리적인 어려움으로 상담소를 찾아 상담을 받는 사람)가 지불하는 10만원 정도 금액을 다 받지는 못한다. 주변을 보면 정규직은 없고 대부분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했다.

실제로 수많은 공공기관과 대학의 채용공고를 보면, 대부분 2년 계약직으로 상담사를 채용하며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고 명시해 놨다. 급여수준은 연봉 3천만원 미만이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도 문제다. 심리상담 수요가 느는 만큼 관련 부서를 만들고 상담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전문 인력을 뒷받침할 행정 지원은 부족한 탓이다.

2년 동안 경기도 내 공공기관에서 전문 상담사로 일했던 신모(30)씨는 "상담 회기를 거듭할수록 미묘하게 변하는 내담자의 모습을 보며 상담사도 성취를 느끼곤 하는데, 행정업무를 하느라 상담에 온전히 집중할 기회가 드문 점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담사가 소진되는 경우도 잦다. '소진'은 흔히 번아웃으로 불리는 심리적인 탈진 상태를 뜻하는데,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직업적 특성상 심리 상담사들에게 종종 찾아오는 현상이다.

김씨는 "상담사를 위한 복지 차원의 상담 지원은 없고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며 "물론 감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스스로 조절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 상담사의 '탈심리' 현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씨는 "수련과정을 마친 상담사들 사이에서까지도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려는 '탈심리'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시은·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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