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국민이 하나됐던 기록들

입력 2022-11-27 19:26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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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6일 동틀 무렵 태안 앞바다에 1만t이 넘는 원유가 왈칵 쏟아졌다. 인천대교 공사 현장에서 거제로 향하던 해상 기중기가 풍랑에 표류하다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한 것이다. 순식간에 태안, 서산 해안이 쑥대밭이 됐고 양식장과 어장들이 폐허로 변했다. 원유는 해류를 타고 군산, 목포, 제주 근처까지 퍼졌다.

전대미문의 참사에 정부와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전문가들은 방재와 복원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전국에서 달려 온 국민들이 오염된 해안을 뒤덮었다. 기름 범벅인 바닷가 자갈들을 흡착포와 헌옷으로 일일이 닦아내고, 오염된 펄흙을 거둬냈다. 자원봉사자 123만명의 손이 모이자 몇 달만에 시커멓던 해안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격찬한 태안의 기적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가 지난 26일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을 아태지역 목록으로 등재했다. 민·관이 합심해 국가적 환경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문서, 사진, 간행물 등 22만2천건의 기록물이다. 민관이라지만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한 자발적 국민 참여가 높은 평가를 받았을 테다.



태안의 기적 말고도 우리 현대사의 '새마을운동 기록물',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온 국민이 경제적으로 각성했고, 이산가족 찾기로 민족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고, 국민 저항으로 민주화를 성취하는 보람도 공유했다. 모두 국민이 하나돼 이룬 성취와 연대의 기록들이다. 유네스코 인증을 받진 못했지만, 1998년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단 몇 달 만에 200t이 넘는 금을 모아 수출한 국민이 바로 우리였다.

정부 수립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의 터널에 갇힌 지금 이를 극복할 국민적 연대가 절실하다. 살만해서인가. 어렵던 시절 뭉쳤던 국민들이 사분오열이다. 국난 극복에 합심해야 할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위기를 정략적 이익으로 바꾸어 먹느라 입이 바쁘다. 노조 등 각종 이익단체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공동체의 안위에 눈을 감는다.

국제사회가 찬사를 보낸 대한국인의 연대와 화합의 기록들이 위안이 된다. 국민이 또 한번 일어설 시간이 임박한 것 같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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