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모세의 기적'을 일상으로 만드는 방법

입력 2022-12-01 19:20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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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과천소방서장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한다. 화재 및 응급상황 시 출동하는 소방차의 골든타임은 5분 이내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연소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피해가 가속화되고 급성심정지, 호흡곤란 등 응급환자도 5분 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뇌 손상 등으로 생존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필요조건이 '소방차량 길 터주기'이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소방차량 길 터주기'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은 충분히 홍보가 되었으나 일상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소방차량 길 터주기'를 지키면 좋고 안 지키면 그만인 선택 사항으로 알고 있거나,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알지만 막상 빨간 경광등이 보이고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당황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 일 것이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소방차, 구급차 등을 긴급자동차로 지정하고 있으며(도로교통법 제2조) 모든 차와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하고, 교차로나 그 부근에서는 교차로를 피하여 일시 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9조). 이를 위반하는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하게 된다(동법 제156조).



또한 소방기본법에서는 모든 차와 사람은 소방자동차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을 위해 출동을 할 때는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소방기본법 제21조). 출동하는 소방자동차의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앞에 끼어들거나, 가로막는 등의 행위로 소방자동차의 출동에 지장을 준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동법 제56조),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을 위하여 출동하는 소방자동차의 출동을 방해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동법 제50조).

관련 법령에서 보았듯이 '소방차량 길 터주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적 의무이다. 따라서 위반시 처벌이 수반됨을 인지하고 '소방차량 길터주기' 실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에 당황하지 않고 신속한 '소방차량 길 터주기'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소방차량 등 긴급차량이 경광등을 켜고 달리는 것을 보거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걸음이나 차량의 속도를 줄이고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부터 살피자. 그리고 아래의 방법대로 길 터주기를 실천하면 된다.

첫째, 보행자의 경우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켜지더라도 건너지 말고 잠시 멈추어 상황을 살펴야 한다. 둘째, 일방통행로일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붙어서 정지한다. 다만 긴급자동차의 통행에 지장이 우려되는 경우는 상황에 따라 좌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할 수 있다. 셋째, 교차로 또는 그 부근일 경우 교차로를 지나고 난 후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주는 것이 좋다. 긴급차량이 출동 중 발생하는 큰 사고는 대부분 교차로에서 일어나는 만큼 교차로에서는 소방차량이 보이지 않아도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면 반드시 서행하고 주변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도로의 경우 ▲편도 1차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 운전하거나 일시 정지 ▲편도 2차로에서는 긴급차량이 1차로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일반 차량은 2차로로 양보 ▲편도 3차로 이상에서는 긴급차량이 주행 중인 차로를 기준으로 같은 차로와 오른쪽 차로에 있는 일반차량은 오른쪽으로, 왼쪽 차로에 있는 일반차량은 왼쪽으로 양보 운전을 해야 한다.

소방차량에 길을 터주기 위해 일반차량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을 '모세의 기적'에 비유하며 언론이나 유튜브 등에서 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소방차량 길 터주기'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소방차량 길 터주기'는 누구나 해야 하는 법적 의무이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소방차량 길 터주기' 방법을 숙지하고 실천하여 '소방차량 길 터주기'가 더 이상 '모세의 기적'이 아닌 흔한 일상의 풍경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박정훈 과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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