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현충원 안장 추진

입력 2023-01-17 20:0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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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大恩人)으로 불린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묘를 복원하기로 했다.

국가보훈처는 유골·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을 배우자와 함께 국립묘지에 합장하는 경우, 그의 영정이나 위패를 묘에 안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이달 중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재형 선생의 묘는 애초 1970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조성됐다가 묘지 조성 작업과 유족 연금을 받아 온 유족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현재 묘가 없는 상황이다. 최 선생의 묘는 2000년대 초반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족들은 최재형 선생의 유해를 찾을 수 없어 위패로만 모시고 있는데, 현행법상 유골·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은 영정이나 위패를 봉안시설에만 안치할 수 있고 묘를 조성할 순 없다. 최 선생 유족들은 그동안 묘 복원을 희망해왔다.

 

보훈처, 국립묘지법 개정안 의결
유해 찾을길 없어 유족 위패만 모셔
배우자 유골과 합장할 수 있게 돼
4대손 인천 지역사회와 '인연' 깊어
이번에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키르기스스탄에 묻힌 최재형 선생의 배우자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의 유골을 한국으로 옮겨 최 선생 위패와 함께 서울현충원 묘역에 안장할 수 있게 된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권 침탈 시기 국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사망하거나 일제의 방해 또는 은폐로 유골·시신을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며 "예우 강화 차원에서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을 묘에도 안장할 수 있도록 유족들의 안장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경원 출신인 최재형 선생은 유년기 연해주에 정착해 사업가로 성공한 러시아 한인 사회 지도자이자 교육사업가였다. 그는 1908년 안중근(1879~1910) 등과 의병본부를 설치하고 군자금을 지원했는데, 이듬해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처단하러 갈 때까지 최재형 선생 집에 머물며 사격 연습을 했다고 전해진다.

인천대학교 독립운동사연구소는 지난해 연구를 통해 1920년 4월 최재형 선생이 독립운동단체 '독립단' 단장으로 활동 중 일본군으로부터 조사받다가 탈출을 기도해 순국한 사실을 일본 외무성 기록으로 처음 확인하기도 했다. 최재형 선생의 장남 최 코루리가 1922년 11월 고려혁명군 특별사령관을 맡은 사실도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가 밝혀냈다.

수십만명의 시베리아 이주 동포 사이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전 재산을 바친 최재형 선생은 '대은인'이라 불렸다. 그러나 선생의 후손들은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모스크바나 중앙아시아 등지로 뿔뿔이 흩어지며 어려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최재형 선생은 인천과 인연이 깊다. 최 선생의 4대손 최일리야씨는 인천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인천대에서 공부하다 지난해 인천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인천시는 2021년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수술이 필요하게 된 최일리야씨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수술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지역 의료기관과 함께 수술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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