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집으로 송부된 법원경매통지서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받은 매각기일 및 매각결정기일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건축업자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인천미추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4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B(3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B씨 지인이 최근 그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집에 찾아갔다가 숨진 B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활동한 B씨는 휴대전화에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며 '피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B씨가 유서에 '(전세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글도 적었다고 전했다.

집 찾아온 지인, 숨진 세입자 발견
'최우선변제금' 못 돌려받는 상황

이날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10월 건축업자 A씨가 지은 빌라에 보증금 7천만원을 주고 전세로 입주한 B씨는 소액임차인 권리를 보호하는 '최우선변제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B씨의 보증금이 해당 빌라에 근저당이 설정된 2011년 기준 최우선변제 기준액(보증금 6천5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우선변제금은 전셋집이 경매에 낙찰돼 배당이 이뤄지면 소액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우선 변제하는 돈이다. B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전세 대출 연장도 거절당했다고 대책위 관계자는 설명했다(2월21일자 6면 보도=126억대 사기 '인천 건축왕' 구속).

대책위 안상미 위원장은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잃고 전세 대출 상환 압박을 받거나 길거리로 내몰린 절망적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정부와 국회, 인천시 대책은 재발방지 중심이고 현재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은 빠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오는 6일 미추홀구 주안역 남광장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범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B씨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했다.

은행 전세 대출 연장도 거절 당해
대책위 "現 대책 구제안 빠져있어"

건축업자 A씨는 지난해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 전세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등의 건물을 짓고,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다른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www.spckorea.or.kr)와 인천시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ispc.or.kr)에서 거주지 인근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