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대신 기억·약속·책임 다짐
김동연 "경기도는 안전 최우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오히려 져간 304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자 2천500명 넘게 모인 안산 화랑유원지에는 아직은 헤어짐에 대한 슬픔이 큰지 조용히 눈가를 닦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이 진행된 16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공식 행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유가족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한데 모여 무대에서 진행된 공연과 영상 등을 보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0년이 지난 만큼 이제 슬픔은 뒤로 하고 기억과 약속, 책임으로 함께 하기로 했지만 슬픔을 모두 지우기에 유가족 및 친구 등 많은 이들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사전 행사 무대의 공연에는 박수로 화답하는 등 슬픔을 잊으려 노력하는 모습도 컸다.
먼저 간 친구가 보고 싶어 왔다는 김모(28)씨는 "잊지 않으려 시간을 내 참석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줘 친구가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은 참사 10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모인 4천160명의 단원들로 구성돼 현장 및 영상 참여 방식으로 기억식의 특별한 마무리를 장식했다. 2024.4.1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오후 3시부터는 해양수산부, 4·16재단,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안산시가 주최·주관한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이 단원고 학생 250명 이름을 호명하면서 시작됐다.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기렸고 개식선언과 함께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민근 안산시장,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10년 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우리 사회에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다르게 하겠다. 경기도에서만큼은 '안전'이 최우선이 될 것"이라며 "달라질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상주 역할의 이민근 시장도 "모두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 등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시가 직접 생명 존엄의 가치를 나누고, 더 안전하고 화합된 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길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억편지 낭독은 살아 있으면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내기인 1997년생 김지애씨가 맡았다. 이어 세월호 10년 간의 발자취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들의 눈시울은 다시 붉어졌다.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은 추모시 낭송, 추모공연, 기억 합창 공연과 추도 사이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유가족 등 많은 이들이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도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식을 갖고, 도민 안전 강화를 약속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은 "영원의 바다로 세월호와 함께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지 꼬박 10년이 됐다"며 "도의회는 10년 전 304명의 희생이 건네준 가치를 소중히 품고, 생명과 안전이라는 1천400만 도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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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성·고건·이영지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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