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수원 111CM서 열리는 'MAY DAY MAY DAY MAY DAY'展

입력 2024-08-07 19:07 수정 2024-08-07 19:2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8 15면

메이데이! 소외된 이들, 아픔을 외치다


사회적 재난 피해자 일상 속 늘 존재
국제조난신호·노동자의 날 의미 혼재
치명타, 시스템 바깥에 놓인 투쟁 다뤄
송성진, 이주민·난민 위태로운 삶 반영


수원시 장안구의 111CM에 진행중인 전시 ‘MAY DAY MAY DAY MAY DAY’에 참여하는 치명타(맨 왼쪽) 작가, 송성진(가운데) 작가, 이슬비 디렉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의 111CM에 진행중인 전시 ‘MAY DAY MAY DAY MAY DAY’에 참여하는 치명타(맨 왼쪽) 작가, 송성진(가운데) 작가, 이슬비 디렉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재난은 결코 뜻밖에 일어나는 참사를 뜻하지 않는다. 천재지변처럼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기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고강도 작업에 시달리다 사망한 노동자, 터전을 잃고 위태롭게 떠도는 난민,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부부 등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는 우리의 일상에 늘 존재했다. 다만, 차별받거나 소외되면서 잊혔을 뿐이다.

 

수원시 장안구의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열리고 있는 'MAY DAY MAY DAY MAY DAY'는 난민, 이주민, 장애인, 여성, 노숙인 등 사회의 소수자를 조명하는 전시다. 무관심과 차별이라는 사회적 재난에 가려진 이들을 호명하며 '재난의 일상화'라는 공통분모로 들여다본다.

영어 대문자가 반복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세 번을 반복해 외치는 국제조난신호 '메이데이(Mayday)'와 노동자의 날을 뜻하는 '메이데이(May Day)'의 의미가 뒤엉켜 그 본질은 모호해진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외침도 아닌 문자 그 자체로만 남는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나 무심코 지나치는 존재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표현인 셈이다.

치명타 作 '코팡 물류센타(202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치명타 作 '코팡 물류센타(202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치명타 작가의 영상 '고슴도치와 투지의 시간여행자(2020)'에서는 시스템 바깥에 놓인 이들의 투쟁과 연대의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재난의 피해자이자 주인공 '비버'가 재난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를 통해 재난 피해자를 가시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공동체의 역할을 되묻는다.



치명타 작가는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규모 참사만 재난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있는데, 산재와 같은 개별적인 노동자의 죽음도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마찬가지로 재난에 해당한다"며 "앞서 물류회사에서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거나,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이런 현실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송성진 作 '1평조차(20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송성진 作 '1평조차(20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송성진 작가의 영상 '1평조차(2018)'에서는 이주민과 난민이 겪는 불안정한 삶을 마주하게 된다. 송성진 작가는 안산시 대부도의 갯벌에 3.3㎡(1평) 남짓 판잣집을 짓고 밀물과 썰물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집의 모습을 촬영했다. 짓자마자 파도에 떠밀려간 집은 망가지고 해체된다. 위태로운 난민의 삶은 그렇게 갯벌 위 판잣집에 투영된다.

송성진 작가는 "갯벌에 집을 지어놓고 두 달가량 지켜보면서 영상으로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3일 만에 집이 떠내려갔다"며 "집은 사람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밀려난 이들을 대변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전적 의미의 난민을 넘어 어쩔 수 없이 밀려난 사람들,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도 모두 난민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수원시 장안구의 111CM에서 열리는 전시 'MAY DAY MAY DAY MAY DAY' 내부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의 111CM에서 열리는 전시 'MAY DAY MAY DAY MAY DAY' 내부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외에도 전시실에서는 VR 작품인 정혜정 작가의 '멍게-되기(2022)', 리슨투더시티의 '재난 이후(2024)', 봄로야 작가의 '유연한 손(2022)', 송수민 작가의 '하얀 조각(2024)', 흑표범 작가의 '스틸, 강정(2022)', 정여름 작가의 '조용한 선박들(2023)' 등 일상 속 재난에 주목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해설,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이번 달과 다음 달 내 진행된다.

프로그램 신청은 미학관 SNS에서 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9월8일까지.

 

송수민 作 ‘하얀 조각(202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송수민 作 ‘하얀 조각(202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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