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작은 섬… 작은 인생을 본다"
인천 섬의 절경, 수묵담채화로 담은 작품들
만석동 주민들을 '관람자'로 생각하며 작업
이창구 작가의 개인전 '섬' 전시장. 2024.8.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인천 섬의 절경을 수묵담채화로 담아낸 이창구 작가의 개인전 '섬'이 인천 동구 만석동 우리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묵내음 가득한 동양화 20여 점 대부분은 올해 작업했다. 백령도, 덕적도, 굴업도, 소야도 등 인천 곳곳의 섬 풍경과 바위, 소나무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작가가 받은 인상을 다소 추상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있다. 실제 섬에 있을 사람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경치만 남아있다.
작가는 우리미술관 전시를 추진하면서 괭이부리마을이라 불리는 오래된 마을과 아파트, 공장지대가 있는 만석동의 주민들을 '관람자'로 생각해 신작을 그렸다고 한다.
작가는 "특히 이 지역에는 굴막(굴을 까는 임시 작업장)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나, 그 굴을 가져오는 인천의 섬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았다"며 "그 어르신들에게 섬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창구 作 굴업도 해변, 2024, 한지에 수묵담채, 46×75㎝ 2024.8.7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동양화에서는 늙어 거동이 불편하니 산수풍경 그림을 집에 걸고 누워 감상으로 유람한다는 '와유산수'(臥遊山水)라는 개념이 있다. 이렇게 작가는 여행을 즐기고 자연과 만나며 얻은 인상을 이웃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편히 앉거나 누워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섬들 속의 수억 년씩을 지탱한 바위들 모습이 인상적이다. 상처처럼 새겨진 바위의 결들이 무수한 세월을 가늠하게 하는데, 그 상처를 안고도 바위는 묵묵하게 숲과 하늘과 바다를 떠받치고 있다.
이창구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무심히 스치고 지나쳐버린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은 그냥 흘러가 버린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들어와 포근한 그리움이 됐다"며 "그저 스쳐 지나는 이름 모를 풍경, 섬에서 상처처럼 각인돼 되새김하는 작은 인생을 본다"고 했다.
인천 개항장 거리에서 갤러리 도든아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이창구 작가는 쉬지 않고 다른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개최하는 와중에 자신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작업실만이 아니라 때론 차 안에서, 넓적한 바위 위에서, 길 위에서 풍경이 주는 첫인상을 놓치지 않으려 붓을 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9월3일까지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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