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냉면 '사리'

입력 2024-08-12 20: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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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는 어떤 일이나 사물이 생겨나게 된 까닭이나 기원을 뜻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의 유래를 따져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아양 떨다'는 말은 귀여운 말이나 행동으로 관심을 끈다는 뜻으로 '아얌을 떨다'에서 나온 말이다. 아얌은 겨울철에 여성들이 나들이할 때 귀를 내놓고 이마와 머리 윗부분을 가리던 방한용품으로 주로 조선시대 상류층의 젊은 여성들이 쓰던 장신구다. 아얌은 방한 용도보다는 장식용으로 착용했기에 나중에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요즘에는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성냥은 마찰제를 통해 불을 일으키거나 붙이는 발화용품으로 석류황(石硫黃)에서 나온 말이다. 17세기 문헌 기록에는 '셕뉴황'으로 등장하다 19세기 무렵에는 '셕뉴왕'으로, 20세기에는 '셕냥'으로 표기하다가 1920년대부터 성냥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호주머니·호빵·호두 등처럼 '호'자가 붙는 말들은 청나라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우리 한복은 본래 주머니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옷에 주머니가 달리게 되는 것은 청나라 풍습이며, 청국장도 청나라 만주족의 음식이다. 또 예전에 지사제 구급약으로 사용하던 정로환(正露丸)은 '세이로간'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러일전쟁 무렵 지사제로 개발한 약품이었다. 정로환은 러시아를 정벌하다라는 뜻을 담은 정로환(征露丸)이었으며, 건빵도 이때 야전에서 식사 대용으로 개발된 군용식품이었다.

냉면 등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사리'는 얼핏 일본말처럼 보이지만, 삶은 국수를 동그랗게 감은 뭉치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8월 두 달간 육류 소비가 9만t으로 1~4월 넉 달 동안 소비된 8만t을 상회한다고 한다. 여름철 휴가기간에는 특히 고기를 많이 먹고, 덩달아 국수나 냉면 '사리'도 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냉면이 제격이다. 냉면 하면 평양냉면·함흥냉면·진주냉면인데 평양냉면 사리는 '메밀'을, 함흥냉면 사리는 '감자 전분'을 사용하며, 전주냉면 사리에는 '녹두'가 가미된다.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강릉에서는 역대급 기록을 경신했고, 수도권도 2018년 기록에 육박하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에는 입맛 당기는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잘 쉬는 게 상책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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