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일 개관, 1주년 맞아 2일 기념식
1주년 특별기획전 ‘안데르센-인어공주전’ 진행
“세계적인 그림책 플랫폼으로 만들도록 할 것”
군포시에 있는 전국 유일 그림책 복합문화공간 ‘그림책꿈마루’가 개관 1주년을 맞았다. 1주년을 기념한 특별 기획전 ‘그림책은 문학과 예술의 하모니-안데르센 인어공주전’도 3일부터 진행한다.
그림책꿈마루는 지난해 9월1일 정식 개관했다. 당초 이곳은 지난 1991년 산본신도시 개발 후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안양 포일정수장에서 끌어온 물을 보관하던 배수지가 있던 자리다. 이후 2년 만인 1993년 군포시에 새 정수장이 만들어지자 운영이 중단돼 오랜 기간 방치됐다. 그러다 2017년 경기도 정책 공모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1년간 모두 3만8천여 명이 그림책꿈마루를 찾았다. 하루 평균 327명이 방문한 것이다.
1주년을 맞아 2일 오후 3시 그림책꿈마루 로비에서 기념식이 진행됐다. 하은호 군포시장과 김귀근 군포시의회 의장 등은 물론, 그림책꿈마루 조성을 처음 계획한 김윤주 전 시장도 함께 했다. 하은호 시장은 “군포시에 이런 명소가 있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지난해 개관할 때 기대가 컸지만, 한편으로는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던 것 같다”며 “그림책꿈마루가 우리 시의 명소로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저도 최선을 다해 그림책꿈마루를 잘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귀근 시의장도 “그림책꿈마루가 더 풍성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참석자들은 함께 1주년 특별 기획전을 감상했다. 기획전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대표작인 인어공주를 소재로 했다. 인어공주를 다룬 국내·외 다양한 그림책, 인어공주의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등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기획전의 대표작은 일본의 조각 작가 세키구치 코타로의 ‘Big Mermaid’다.
한국 그림책 연구의 대가이자 이번 1주년 특별 전시를 총괄 기획한 신명호 일본 무사시노 대학교 교수가 직접 설명에 나섰다. 신문지를 활용해 만든 ‘Big Mermaid’는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돼 사라지는 게 아닌 바다의 한 일원으로서 다양한 생명체와 하나가 되는 존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때문에 물고기며 거북, 불가사리 등 바다 속 여러 생물들이 인어공주와 일체된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어 인어공주가 살았던 바다 속 세계를 표현해낸 미디어 아트, 시대별로 다양하게 출판된 인어공주 그림책들을 차례로 감상했다.
안병훈 그림책꿈마루 관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인어공주 원작을 처음 읽었다. 인간사가 모두 담겨있었다. 마지막에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그림책은 가벼워보이지만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깊이 있게 담겨있다. 그런 그림책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그림책꿈마루를 최고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병훈 그림책꿈마루 관장과의 질의응답
Q. 그림책꿈마루가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가장 중점을 둬왔던 부분은?
A. 안병훈 관장/ 이하 안 “관장을 맡은 이후 그림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무작정 ‘여기 와서 그림책을 읽어라’라고 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1년간은 군포시청 옆에 이런 멋진 공간이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유명 가수들을 초청한 음악회 같이 언뜻 그림책과 관련이 없는 것 같은 행사도 많았다. 그런데 그건 다른 목적으로라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게 하고, 이 공간 자체를 즐기게 하고, 그리고 그림책도 자연스럽게 보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비판적인 시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점에 힘입어 1년간 3만8천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그림책꿈마루를 성원해주고 찾아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Q. 관장님이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은?
A. 안 “저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림책에 대해선 이전에 깊이 있게 생각해보진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읽는 책,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책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1년 동안 그림책을 200권 넘게 봤다. 보통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1주일 가까이 읽는다. 그림책은 10~20분 정도면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감동과 여운은 비슷하다. 그리고 매우 재밌다. 그림책 10권을 보는 게 책 10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인어공주만 해도 원작을 자세히 보면 인간사가 모두 담겨있다. 대가 없이 무언가를 얻을 수 없고,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 남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건 자신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 경우가 많지 않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다. 원작을 보고 마지막엔 눈물마저 났다. 꼭 다들 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의 이런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안 “그림책꿈마루가 일반 독자와 그림책의 연결고리가 되려면 더 좋은 곳이 돼야 한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 1년간은 이 곳을 알리는 데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더 기하려고 한다. 그림책꿈마루에 온 분들한테 다채로운 볼거리는 물론, 특색있는 먹거리도 제공해보고 싶다. 그림책 문화의 중심 공간으로서, 능력은 출중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림책의 예술적 가치를 보다 넓게 알리는 공간으로서, 세계적인 그림책 플랫폼으로서 성장하는 그림책꿈마루를 만들어가겠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